박석 교수의 동서양 문화비교…논리·분석적인 서양 철학, 직관·통찰 좋아하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박석 지음/들녘 펴냄
서양의 플라톤은 미(美)를 열렬히 탐구했는데, 동양의 노자는 왜 미에 관심이 없었을까. 서양화에는 누드화가 넘치는데, 어째서 동양회화에서는 누드를 찾아볼 수 없을까. 동양음악의 합주에 지휘자가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서양철학은 논리와 분석을 좋아하는데, 동양철학은 무슨 이유로 직관과 통찰을 좋아할까. 서양 고전 건축물의 주재료가 나무가 아니라 돌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는 인문학자이자 명상가인 박석 상명대 교수가 동서양의 문화 영역을 비교하고, 그 속에 담긴 특징들을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노자의 도덕경 45장에 나오는 대교약졸(大巧若拙), 즉 '큰 솜씨는 마치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구절 속에 숨은 논리 구조가 서양문화와 차별되는 동양의 문화 코드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대교약졸'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종교와 철학, 문학, 회화, 음악, 건축 등 문화 영역에 담겨 있는 동서양의 차이점을 파헤친다.
지은이는 중국예술(동양예술)은 분산적 통일미를 강조한다고 말한다. 서양회화는 초점투시 위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하나의 그림에 하나의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회화는 산점투시(散點透視)를 추구하기 때문에 하나의 그림에 여러 개의 시각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중국회화도 초점투시 위주의 그림들이 있다. 그러나 중국회화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산수화에서는 산점투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폭의 그림에 여러 개의 시각이 분산되어 나타나면 시각적 통일미를 찾기 어렵고, 산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산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어우러져 초점투시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물 역시 서양의 성당이나 궁전은 하나의 큰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동양의 건축물은 넓은 공간에 흩어져 있다. 집중된 건축물에 비해 통일미는 약하지만 각각 분리된 공간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반드시 있지만 중국의 전통합주에는 지휘자가 없다. 각각의 악기들이 지휘자 없이 제각기 놀면서도 전체적인 호흡을 맞추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동양의 합주 역시 조화롭지만, 서양합주의 집중된 통일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서양회화에 누드가 많고, 동양회화에서 누드를 찾아보기 힘든 것 역시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서양인들은 사실적인 묘사의 인물화를 선호하고 동양인들은 기운생동의 산수화를 선호했다. 서양회화가 형상을 중시했다면 중국회화는 기상을 중시했던 것이다. 서양인들이 눈에 보이는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를 원했다면, 중국인들은 그 속에 담긴 정신세계를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의 차이 때문에 서양인들은 논리와 이분법을, 중국인들은 직관과 통찰을 중요시했던 것이다. 또 서양회화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상황을 소재로 삼아 살인, 분노, 공포 등을 표현했지만, 동양회화는 끔찍한 장면이나 사건을 예술감상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서양의 문학과 예술은 인간 감정의 극한까지 파고들어 공포, 전율, 연민 등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추구했지만, 중국의 문학과 예술은 보편적인 정서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서양의 회화나 문학에는 근친상간, 부모 살해 등이 종종 등장하지만, 동양 예술에서는 그런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
지은이는 '동양의 문화와 예술, 철학, 음악, 건축 등은 여백을 강조한다. 이 여백은 채울 것이 없어서 비워놓은 것이 아니다. 동양의 여백에는 많은 꿈과 아쉬움 등이 녹아 있는 숙성된 담백함이다'고 말한다. 서양의 문화예술에 비해 동양의 문화와 예술은 겉으로 졸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 보면 단순한 졸이 아니라 '대교약졸의 졸'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616쪽, 2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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