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명 최고 13억 리베이트

입력 2013-11-21 11:03:21

대구지검 4개월 수사 마무리, 38명이 총 78억원 챙겨

전국 30여 개 병원의 의사,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 관계자 등 40여 명이 연루된 80억원 상당의 의료기기 리베이트 게이트가 4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 끝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흥준)는 의료기기 납품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대구, 경북(구미'안동'김천'포항), 서울, 경기, 부산, 인천, 광주, 울산 등 전국의 정형'신경외과 의사 및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 49명을 적발해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35명 불구속 기소했다. 달아난 의료기기업체 직원 등 2명은 기소중지했다.

이들 중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의사는 전국 32개 병원의 38명으로 30개월 동안 1인당 최저 1천200만원에서 최고 12억8천만원을 받는 등 총 78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중 리베이트 수수 규모가 가장 크고 불법으로 복수 병원을 개설'운영한 A(42) 씨 등 의사 9명이 구속 기소됐다.

의료기기 제조'판매업체 대표이사 B(55) 씨 등 업체 관계자 3명도 의사들에게 "우리 회사에서 취급하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매출에 따라 매월 정산을 통해 현금을 주겠다"며 제안한 뒤 의료기기 채택 대가를 지급한 혐의(배임증재, 의료기기법 위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료기기업체는 의사들에게 인공관절 개당 40만∼70만원을 리베이트로 주거나 척추 관련 의료기기 매출액의 20∼40%를 리베이트로 지급했고, 의사들은 수술에 사용한 인공관절 개수나 척추 관련 의료기기 매출액에 비례해 매달 현금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리베이트로 받거나 선지급 리베이트 명목으로 억대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의사의 경우 병원을 개원하면서 거액의 선지급 리베이트를 요구해 수억원을 받은 뒤 실제로는 이 업체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돈도 돌려주지 않거나 병원이 파산해 돈을 갚지 않고 달아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리베이트 수수 범행은 병원이 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고가에 구입해 그 차액을 의료기기업체로부터 리베이트로 돌려받아 그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게 검찰의 얘기다. 실제 개당 230만~250만원으로 판매할 수 있는 인공관절을 개당 300만원에 팔아 이를 환자들에게 부담시키고, 그 차액을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로 지급했다는 것.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윤해 차장검사는 "정부가 의료계 리베이트 수수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2010년 11월부터 의료기기 업자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까지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리베이트 수수가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된 의료행위에 대해 지급된 보험급여를 환수하는 등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의료법 위반죄에 대해서도 범죄 수익에 대한 추징보전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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