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세계의 희망으로] <20·전문가 좌담회·끝>

입력 2013-11-21 07:24:29

한국 대표 브랜드 '새마을' 세계속으로 펄럭이길

한국의 발전 성공 경험을 전파하는 새마을세계화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불붙으면서 저개발국을 위한 한국형 개발협력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것. 그러나 높아진 관심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매일신문사는 이달 13일 '새마을세계화사업의 과제와 전략'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최진근 경운대 새마을아카데미 원장과 이지하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 채영택 영남대 박정희리더십연구원 연구실장이 참석해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 우려를 표시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개발협력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도가 해외봉사단과 시범마을 조성 방식의 새마을세계화사업을 추진한 지 4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추진된 경북도의 새마을세계화사업에 대해 평가해달라.

▷채영택=새마을운동은 지난 20여 년간 국민들과 학계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새마을운동은 지구촌에 발아했고, 경북도는 새마을 직제와 조직을 유지하며 꾸준히 이어왔다. 경북도는 지자체 단위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새마을운동 전수를 위해 선도적으로 노력해왔다. 오늘날 새마을운동이 국제사회에서 재평가되고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는 기틀을 경북도가 열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최진근=경북도의 새마을세계화사업은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선진국과 달리,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장기간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현지 주민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잠자고 있던 역량을 모으는 힘을 발휘했다. 할 수 있다는 의식적 변화도 가져왔다. 의식 개혁과 소득증대, 생활환경 개선을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통합 방식이라는 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지하=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특히 르완다나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에서는 놀랄 만한 발전이 있었다. 모두 수원국의 지도자나 정부, 지방정부, 현지 공관 등 현지 국가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들이다.

▶경북도의 새마을세계화사업 추진 방식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채영택=해외봉사단 파견과 시범마을 조성 방식은 봉사단원들이 한국 현대사의 성장 경험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가치를 인식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현지에서는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외부의 자극, 즉 지원이 끊기거나 약화됐을 때도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봉사단원이 철수하거나 이전과 다른 성향의 봉사단원이 왔을 때 사업이 느슨해지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최진근=시범마을에 봉사단이 파견되기 전에 현지 마을 지도자와 봉사단원들이 합숙 교육을 받는 건 좋은 점이다. 합숙 교육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적인 충돌도 완화할 수 있다. 마을 주민과 함께 사업을 기획'추진하며 동질성과 동지애를 느끼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현지 마을 지도자들이 한국에 초청 연수를 올 때 마을 현안이나 현지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실행계획을 마련할 경우 현지 사정과 달라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또 봉사단원들이 계획한 사업을 모두 다 추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거나 사업 성과 위주로 진행되는 경향도 있다. 주민들의 자조의식과 역량을 높여야 하는데 새마을지도자들이 일방적으로 주민들을 끌고 가는 상황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마을별로 획일적으로 배분되는 사업비 지원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각 마을 사정에 차등 배분할 필요도 있다. 사후에 정확한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경쟁심을 유도해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지하=현재 장기적인 새마을세계화사업은 경북도와 새마을운동중앙회가 맡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마을의 새마을지도자를 한국에서 교육시킨 뒤 자국으로 보내는 방식. 즉 '현지인의,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을 위한' 방식이고, 경북도는 새마을리더를 교육시키고 봉사단원을 파견해 5년에 걸쳐 자립역량을 키우는 방식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의 방식이 성공하려면 현지인이 새마을운동을 이해하고 소명의식을 갖고 지원된 예산을 정확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그 삼박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북도의 방식은 성과는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번거롭다. 성과 위주로 흐르거나 1년 단위로 봉사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수개월간 단절되기도 한다. 팀원 간에 불화가 생겨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인 협동이 깨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국가적 관심이 새마을세계화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가?

▷이지하=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마을세계화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이 때문에 새마을운동 보급에 대한 수원국의 기대와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그러나 단기 성과에 치우친다면 말 잔치만 하다 끝날 수 있다.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도 자립마을을 만드는 데 12년이 걸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마을운동에는 전문성도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새마을운동'만 갖다 붙이면 수원국의 혼란이 가중되고 그들의 기대를 저버릴 가능성이 높다.

▷최진근=새마을운동은 새마을운동답게 추진해야 한다. 경운대에서 새마을리더 교육을 받은 탄자니아 모로고로주 경제국장 노아 씨는 한국에는 새마을운동이 여러 가지 있다고 하더라. 경북도와 새마을운동중앙회, NGO, 개인사업자까지 다 각자의 새마을운동을 한다는 거다. 심지어 아프리카 현지에 주택을 분양하는 개인 사업자가 마치 새마을기를 꽂고 새마을운동을 하는 것처럼 속이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정부가 새마을세계화사업을 조정하고 협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채영택=특정 시기에 새마을운동에 과잉 관심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관심도 없던 기관'단체에서 새마을운동을 들먹이는 건 새마을운동의 정체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새마을세계화사업도 일정한 패턴이나 매뉴얼로 모듈화를 하거나 정부 혹은 학계 차원에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새마을운동과 모자보건, 직업훈련 등이 큰 축이었다. 각자 안전행정부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주관 부처도 달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모든 부처에서 ODA에 새마을을 붙이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과잉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ODA 사업에 걸림돌이 된다.

▶새마을세계화사업이 한국형 ODA로 자리 잡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이지하=새마을운동이 한국 ODA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농업'의료'행정'IT'보건 등 분야별로 각기 다른 ODA 모델이 있다. 새마을운동 ODA는 농촌발전형 한국형 ODA 혹은 지역사회 발전형 ODA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의식 개혁이라는 부분을 ODA에 포함시킨 것은 새마을운동이 처음이다. 정부는 사업을 주도하기보단 민간 기관에 맡기되 장기적'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

▷최진근=한국이 지난 43년 동안 축적해온 새마을운동의 노하우를 학계와 정부 차원에서 연구해 모델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새마을세계화사업에 대한 장기발전계획도 세워야 한다. 큰 밑그림을 그리고 행정'지원'예산'인력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각 나라와 현지 사정에 맞는 맞춤형 새마을운동으로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5개년 계획이 끝나가는 시범마을을 중심으로 출구전략도 세워야 한다. 현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계승'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민과 지역사회, 중앙정부와 협조체제를 갖춰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국가 표준 전문기관을 만들고 교육과정이나 교육 내용도 일관성 있게 정리해야 한다.

▷채영택=새마을운동을 학문화시켜서 지속가능한 가치와 의미 있는 사회개발 모델의 이론적 근거를 세워야 한다. 인재양성도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전문가 그룹을 양성하고 각 나라에서 현지화된 새마을운동을 이끌 수 있는 전문 인력들도 배출해야 한다. 진행 방식도 사업 위주의 프로젝트 방식보다는 시한을 정하지 않는 프로그램 방식이 더욱 유용하다. 시범마을 조성 기간이 끝나더라도 주기적으로 방문해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 기업'민간 부문과 접목해 포괄적인 국제개발협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해당 국가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CSR)과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기업은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경북도는 새마을운동을 통한 의식 개혁에 집중하면 된다.

정리=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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