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중근이 범죄자' 일본의 망언

입력 2013-11-20 11:10:22

스기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안중근 의사가 일본에는 범죄자"라는 망언을 했다. 이 망언은 한'중 양국이 중국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 표지석 건립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로 나왔다. 안 의사는 대한민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저격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했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1910년 3월 26일 순국, 한중 양국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그런데도 하얼빈 거사 현장에 변변한 표지석 하나 없고, 바닥에 타일로 저격 장소를 세모로 표시해 뒀을 뿐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중국 국빈 방문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안중근 의사 표지석 현장 건립을 요청했었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을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 중에 전달하자, 이에 대한 반발이 스기 관방장관의 망언으로 표출됐다.

이는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는 문제적 발언이다. 보통 상대 국가가 있기 마련인 외교적 발언은 직설적인 표현이나 공격적 어휘를 자제한다. 그런 발언이 몰고 올 국가 간 경색 기류나 정치적 후폭풍 등을 감안해서 수위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그게 외교의 기본이고, 그 나라의 품격이다. 이런 배려나 외교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분쟁을 막고 국가 간 평화를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그와 함께 인류가 지켜야 할 인권'평화'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위인에게는 출신 나라를 막론하고 존경과 예우를 표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를 독일이 범죄자라고 하지 않고, 인도의 독립운동을 영국이 범법으로 몰지 않는다. 일본의 스기 관방장관은 이런 외교적 기본과 인류애에 입각한 역사 인물에 대한 존경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다시 공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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