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근거리 공백, 검·겅·국정원도 비슷
대구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지난 10년간 호남의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비견할 만한 애정을 보내왔다. 대구경북의 흔들림없는 지지를 기반으로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 주요 부처 인사에서 '대구경북(TK) 역차별'이 노골화되고 있다. 심지어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보다 대구경북 인사를 더 찾아보기 어렵다는 탄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대통령만 대구경북 출신
박근혜 정부의 권력중심은 청와대다. 집권 초기 당청관계는 철저하게 청와대의 의중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에 대구경북 출신 인사를 찾아 보기가 어렵다.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등 3실장과 9수석 체제인 청와대에서는 'TK'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는 한 사람도 없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는 'TK 편중'이라고 비난을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격세지감'을 체감할 정도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홍경식 민정수석,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 부산'경남(PK)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광주'전남(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홍보수석), 서울'경기(박준우 정무, 윤창번 미래전략, 모철민 교육문화 수석), 대전'충남(유민봉 국정기획, 조원동 경제수석), 강원(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도 배려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TK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지난 8월 청와대 비서실 개편 때 경질됐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정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주요 권력기관에서는 'TK의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자리에는 남재준 국정원장 등 대통령의 사람들이 차지하거나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와 국회 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등 PK인사들로 속속 교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나 홀로 인사'에 대해 한 지역 중진 정치인은 "박 대통령이 TK정권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의식적으로 TK와 거리를 두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이런 인사가 누적되고 심화될 경우 예산은 물론이고 국책프로젝트 등 대구경북이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구도가 되지 않을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TK 역차별과 PK 편중'으로 각인되는 인사에 대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새 정부는 지역과 학연이나 그 밖의 다른 사안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그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적임자를 가장 우선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행해지는 대통령의 인사(人事)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망각하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도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도 설 자리 없는 대구경북
청와대뿐만 아니라 내각에서도 TK의 설 자리는 좁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필두로 내각에서도 PK 득세현상이 노골화되고 있는데도 TK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밖에 없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고향이 경북이지만 부산고를 나왔다. 핵심 권력기관장은 물론 주요 포스트에서도 TK는 밀려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나치게 TK 출신에 대해 정치적 부담감을 갖고 있는데다 핵심 포스트에 자리 잡게 된 PK와 충청 등 다른 지역의 노골적인 견제심리도 TK 소외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 정부 등 '당'정'청'의 전면에서 대구경북이 밀리게 될 경우 향후 박근혜 정부에서의 대구경북은 구심점 없이 PK 등 다른 지역의 들러리로 전락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에 대한)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도 집권 초기라서 박 대통령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 등 지역정치권이 알아서 기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다 이런 상황을 직시해서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용기있는' 정치인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도 밝혔다.
친박계 일부 지역 의원들은 "아직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며 "의도적으로 TK를 배제한 것은 아닐 것이며 박 대통령의 다음 인사를 믿는다"고 기대했다.
다른 한 정치권 인사도 청와대의 인사난맥상에 대해 "김기춘 실장이 TK 배제, PK 중용은 내 뜻이 아닌데 곤혹스럽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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