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20L 넣었는데 19L?

입력 2013-11-20 11:21:49

대구 4곳 무작위 정량검사, 모두 100~800㎖ 모자라…더 넣은 곳은

"이거 정량보다 1ℓ 가까이 부족한데요? 다시 한 번 측정해보겠습니다."

18일 오후 대구 북구 한 주유소. '석유 정량검사'를 위해 나온 한국석유관리원(이하 석유관리원) 대구경북지사 소속 검사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날 세 번째로 찾은 주유소에서 휘발유 정량검사를 했더니 1ℓ 가까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특수제작한 20ℓ기준 탱크에 주유기에서 20ℓ 기름을 부어 정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네 차례 검사 끝에 나온 결과는 -863㎖. 석유관리원의 연락을 받고 곧장 대구 북구청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왔고, 해당 주유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봉인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20ℓ당 거의 1ℓ가 모자란 셈인데 세심한 운전자들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허용 오차인 -150㎖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행정처분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했다. 이처럼 큰 오차가 발생한 원인은 주유기 노즐 고장 탓이었다.

본지 취재진은 이날 석유관리원과 함께 가격 경쟁이 치열한 대구지역 주유소 일대를 돌며 정량 검사를 실시했다. 이날 방문한 주유소는 모두 4곳. 무작위로 주유소에 들어가 주유기에 있는 휘발유와 경유의 20ℓ 정량을 측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은 ±0.75%로 20ℓ를 주유할 때 최대 ±150㎖의 오차를 허용한다. 만약 이 오차 범위를 넘어서면 행정기관은 관련법에 따라 영업정지 또는 1천500만~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처럼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지만 정량 검사를 거부하는 주유소는 없다. 검사 자체를 거부하면 과태료 1억원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

이날 검사 결과, 20ℓ 기준으로 휘발유의 경우 100~863㎖ 모자랐고, 경유는 90~150㎖까지 정량보다 부족했다. 이들 중 정량보다 더 많이 넣는 주유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정량 미달의 피해자는 소비자다. 운전자 김락현(25'대구 동구 신기동) 씨는 "주유기 오차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왜 기준보다 더 많이 주는 주유소는 한 곳도 없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유기는 3년에 한 번씩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에 의뢰해 주유기 계량이 정확한 지 점검을 받아야 한다. 원래 2년 주기였던 것이 2011년 7월부터 3년 주기로 바뀌었다. 점검 주기가 그만큼 길어진 셈이다.

이런 주유량 평균 오차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액은 한 해 1천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 오영식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연도별 주유량 평균 오차 및 소비자 피해액' 자료에 따르면, 주유량 평균 오차는 2011년 -43.9㎖에서 지난해 -46.1㎖로 늘었고, 소비자 피해 추정액도 1천231억원에서 1천366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석유관리원 대구경북지사 관계자는 "주유기 작동오차뿐 아니라 저장탱크와 배관 등 설치 환경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고, 기계 마모와 계절별 온도 등도 영향을 미친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수시로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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