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는 40대 초반의 고객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당시 고객은 동년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소득과 다양한 현금성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직접 자산 수익률 등을 상세히 기록'관리하고 있었다.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보였던 이 고객의 고민은 서울에 주거용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지방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학교까지 마친 고객이어서 자녀들을 위해 서울에 주택 구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짐작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그 고객은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자신의 자산 때문에 서울에 부동산 구입을 희망했던 것이었다.
당시 그 고객은 대출을 받으면 충분히 서울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택을 구입하면 생애 현금흐름이 무너지게 되어 노후 생활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었다. 이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택 구입에 따른 부작용을 보여줬다. 그 결과 고객은 부동산 구입을 포기했다.
고객이 마음을 바꾸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은퇴 이후의 삶이었다. 막연하게 여겨졌던 '100세 시대'가 의학의 발달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퇴라고 하면 선진국에서는 '행복' '여유'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불안감'이 먼저 떠오른다. 이유가 무엇일까? 체계적이지 못한 복지시스템 등의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남과 비교해 이 정도는 돼야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은퇴 후 삶을 비관적으로 보는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수치상으로 최소 수억에서 수십억원이 있어야 노후 생활비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은퇴설계에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한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노후 생활의 수준이 다른 만큼 준비해야 할 노후 자금도 달라진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은퇴설계 기준은 최소한의 현금흐름은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은퇴자산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을 두고 말이 많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지급 보장과 실질가치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수익률을 따라올 상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두고 정부는 40%(40년 가입기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는 20%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후의 부족한 현금흐름은 개인연금 등으로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 전 인터넷에'만약 지구에 100명이 산다면'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비약적인 논리가 담겨져 있지만 동영상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동영상에 따르면 은행계좌가 있으면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30명 중의 한 명에 속한다. 또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은 18명에 달한다는 내용을 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에 속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준비하는 자세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현금흐름을 준비하는 것이 은퇴설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름다운 지구마을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가진 것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이효섭 교보생명 대구노블리에센터 수석웰스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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