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재블록 파손 지적에도 대구시 7개월째 못본 척
이달 15일 오후 대구 중구 남성로 약령시. 대구 중앙파출소 건너편 약령시 동편 입구에 들어서자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량들이 깨진 석재블록 위를 지날 때 나는 소리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깨지거나 금이 간 석재블록이 눈에 띄었다. 블록 틈 사이에는 담배꽁초, 쓰레기가 박혀 있었다. 마치 도로 위에 반창고를 붙인 듯한 보수공사의 흔적이 보였다.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에 선정된 데 이어 최근 '아시아도심경관상'을 수상한 대구 약령시의 모습이다.
◆누더기 된 대구 명물 약령시=대구의 자랑거리 약령시가 누더기가 되고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 대구 골목투어 방문객은 12만7천 명. 350년 전통의 약령시는 매년 수만 명이 다녀가는 대구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하지만 약령시 거리 풍경은 흉측하게 변하고 있다. 약령시 석재블록 파손에 대한 지적(본지 4월 12일 자 1면 보도)이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약령시 활성화에 나서야 할 대구시는 정작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약령시 동편 입구에서 약령시 서문에 이르는 남성로에 짙은 회색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그 위에 밝은 회색과 붉은색의 석재블록을 깔았다. 하지만 석재블록의 두께는 고작 3~5㎝. 두께가 얇은 석재블록은 무거운 차량의 무게에 짓눌려 깨지기 일쑤였다.
이는 대구시가 2009년 중앙로 일대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차량 통행량이 늘어남에 따라 약령시 석재블록 파손 정도가 잦아진 것. 게다가 대구시가 약령시 인근에 현대백화점 대구점 입점을 허가하면서 남성로를 통행하는 차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들어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약령시에 이뤄진 석재블록 보수공사만 100여 차례. 공사비용만 1억1천500여만원에 달한다. 보수공사가 이뤄질 때마다 발생되는 교통 불편, 관광객에게 비치는 약령시 이미지 실추 등을 생각하면 남성로 석재블록 파손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영권 대구 약령시보존위원회 이사장은 "거리는 약령시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1년 내내 공사가 이뤄지는 약령시를 보며 관광객들이 약령시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질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방치하는 대구시=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현대백화점 입점으로 인한 약령시 거리 흉물화는 예고된 시나리오였다. 2008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신축에 따른 교통영향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경우 하루 평균 진'출입 교통량이 1만4천여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약령시를 오가는 차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도로 위 석재블록의 두께는 여전히 3~5㎝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약령시 석재블록 교체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약령시 석재블록 파손에 대한 본지 보도 이후 중구청은 대구시에 약령시 바닥포장 개체 공사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대구시는 편성안에 포함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구청은 지난달 대구시에 내년부터 2년 동안 총 시비 15억원을 들여 약령시 석재블록을 두께 5~10㎝의 단단한 화강판석으로 바꿀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이달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약령시 보도블록에 관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구청 관계자는 "약령시 활성화 사업에 앞장서야 할 대구시가 뒷짐만 지고 있다"며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를 직접 방문해 약령시 석재블록 교체를 거듭 건의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약령시 보도블록 교체가 급한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구시 첨단의료산업국 관계자는 "한방 산업에 대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약령시 활성화 사업의 우선순위이다 보니 석재블록은 뒤로 밀려났다"며 "약령시 석재블록은 관리주체인 중구청과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로 중구청과 함께 약령시 석재블록 교체뿐만 아니라 보'차도 분리 등 약령시 남성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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