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不死藥(불사약) 구하기'

입력 2013-11-15 10:50:14

어떤 사람이 초(楚) 나라의 왕에게 불사약을 바쳤다. 손님을 맞이하는 관리가 불사약을 손에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숙직하던 시종 무관이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관리가 먹을 수 있다고 대답하자 무관이 불사약을 빼앗아 먹어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이 화가 나 시종 무관을 죽이라고 하였다.

옥에 갇힌 시종 무관이 다른 사람을 통하여 왕에게 말하기를 "제가 손님을 맞이하는 관리에게 물었더니 관리가 '먹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먹었습니다. 그러니 저의 죄가 아니라 그 관리의 죄입니다. 그리고 객이 바친 것은 불사약인데 제가 그것을 먹었다 하여 왕이 저를 죽이시면 그것은 사약(死藥)입니다. 그렇게 되면 객이 왕을 속인 것입니다. 죄가 없는 저를 죽이고 왕이 속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보다는 저를 풀어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은 그를 죽이지 않았다. '한비자(韓非子)''설림(說林)'에 나오는 이야기다. 왕이 그 불사약을 먹었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 그리고 불사약이란 걸 먹은 시종은 지금까지 죽지 않았을까?

'십팔사략'에도 불사약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秦)나라 시황제 28년에 제(齊)나라 사람 서불(徐市)은 황제에게 글을 올려 동남동녀와 함께 바다를 건너 봉래, 방장, 영주에 가서 삼신산의 신선을 만나고 불사약을 구해오겠다고 하였다. 그 말을 믿은 황제는 서불을 보냈다. 책에는 그 뒷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다. 과연 진시황은 불사약을 먹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 남이나 오래 살고자 하는 열망은 똑같다. 그래서 무슨 건강법이나 장수의 비결 같은 기사가 언론을 자주 탄다. 인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시는 부처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경전을 펼쳐봤다. 부처님은 '유교경(遺敎經)'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몸을 절제하여 때에 맞추어 먹음으로써 깨끗하게 살아가야 한다."

식사를 건너뛰거나 일찍 먹었다가 늦게 먹었다가 하지 말고 정해진 시각에 밥을 먹으라는 말씀이다.

'대아미타경(大阿彌陀經)'에서는 "음식이 맛있어도 양(量)을 초과해서 먹어서는 안 되며, 오직 기력(氣力)을 도와 이롭게 하는 데 그쳐야 한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과식을 하지 말고 적게 먹으라(小食)는 뜻이다.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는 사실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이 월포드 박사가 입증했다.

'의경(醫經)'이라는 경전을 통해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병들게 되는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신다.

"첫째는 오래 앉아 눕지 않는 일이요, 둘째는 먹는 데 절제가 없는 일이요, 셋째는 근심하는 일이요, 넷째는 몹시 지치는 일이요, 다섯째는 애욕에 빠지는 일이요, 여섯째는 성내는 일이요, 일곱째는 대변을 참는 일이요, 여덟째는 소변을 참는 일이요, 아홉째는 내쉬는 숨을 참는 일이요, 열째는 들이쉬는 숨을 참는 일이다."

운동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부처님은 '칠처삼관경(七處三觀經)'에서 "걷기에는 다섯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첫째는 잘 다닐 수 있고, 둘째는 몸에 힘이 붙고, 셋째는 졸음을 쫓을 수 있고, 넷째는 음식의 소화가 잘 되어 병이 생기지 않고, 다섯째는 선정(禪定)을 얻기 쉽고, 선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수행자들이 수행에 몰두하느라고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운동해야 수행을 잘한다면서 적극 권하고 계신다.

참 쉽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토록 쉽게 되어 있다.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설명을 보태면 잔소리다.

정보가 넘치는 현대인들이 이런 걸 몰라서 건강을 잃는 게 아니다. 문제는 실천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든, 아니면 장수의 비결이든 그저 예사로 넘겨서는 안 된다. 요즘 불사약을 구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음식 조절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도 건강하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진시황 사촌쯤 된다. 불사약은 없다.

한북/송현동 보성선원 주지 hanbook108@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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