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관리·횡령 보험왕 경찰 조사

입력 2013-11-14 11:04:34

인쇄업자 불법 비자금 200억, 보험 400여개 통해 세탁 관리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비과세 보험 상품에 투자하는 수법으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해 온 업체 대표와 유명 보험설계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3일 무자료 거래로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대구'인천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A(69) 씨와 이 돈을 관리하며 6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보험설계사 B(58)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여 년 동안 인쇄업체를 운영하며 무자료 거래를 통해 500억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는 2003년 1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삿돈 37억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각종 비과세 보험 600개에 불법 자금을 숨겨왔으며, 이중 234억원은 2011년쯤 캐나다로 반출하기도 했다.

S생명보험사 전무급 명예본부장인 B씨는 A씨가 조성한 200억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비과세 보험 400여 개를 통해 관리하면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A씨의 부인 C(68) 씨에게 보험 가입 대가로 6차례에 걸쳐 3억5천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07년 3월 A씨의 보험 200여 개를 해약하고 다른 상품으로 변경하겠다고 한 뒤 해약 보험금 101억원 가운데 약 60억원을 빼돌려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투자 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다른 유명 보험설계사 D(58'여) 씨도 A씨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보험가입 대가로 2억2천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 보험설계사 2명은 A씨를 통해 막대한 보험 가입 실적을 올려 '보험 왕'으로 업계에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보험업법상 보험설계사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액의 금품을 제외하고는 보험 가입 대가로 가입자에게 금품 등 특별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B씨는 "비자금 관리와 횡령, 금품 제공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A씨와의 보험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B씨는 "고객의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 경찰이 횡령했다고 주장하는 60억원은 A씨와 사전 협의한 대로 보험료 납입을 위해 관리하던 돈이다. 정상적으로 이자를 지급했으며 매월 보험료를 불입해 2009년 납입이 마무리 된 상태로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또 B씨는 "A씨의 부인에게 제공된 금품은 보험가입 대가가 아니라 세무조사 비용보전을 위한 것이었다. A씨와 보험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올해의 보험 왕에 올랐기 때문에 A씨의 보험 덕분에 보험 왕이 된 것은 아니다. 경찰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 자료를 배포해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S생명은 "B씨와 함께 소명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만큼 현재 B씨의 주장을 신뢰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추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경달'모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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