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집나간 민주, 더 멀어진 민생국회

입력 2013-11-12 10:08:05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를 접은 지 하루 만인 11일 민주당이 또다시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국회 인사청문회(11~13일) 중 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국회 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파업 이유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이날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한 것 등과 관련해서다.

언제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민주당 한 핵심당직자는 "13일 이후에도 국회를 정상화할지 아직 당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가 봐야 안다'는 게 민주당의 현재 입장이다.

이 같은 민주당의 국회 보이콧 소식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두 달 만인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황 대표가 천막당사를 접고 철수한 것을 계기로 축하난과 찹쌀떡을 들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만났지만, 김 대표는 "이렇게 떡까지 가지고 오셔서 고맙긴 한데, 제가 지금 대표님이랑 나란히 앉아서 웃고 있기엔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회동에선 김 대표가 "양특(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국정원 개혁 특위)에 문제를 넘겨 놓고 여야가 민생과 경제 살리기 법안, 예산심의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엔 황 대표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민주당 측이 전했다. 비공개회동에 배석했던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합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여야의 경색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생국회가 더욱 멀어지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지난해 예산결산 심의도 못하고 있고, 당장 이달 말부터는 내년도 예산 심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도 않으니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잇따른 민주당의 국회 거부 사태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정부를 향한 강경 투쟁은 필요하지만, 의원총회도 없이 1일 국회 보이콧에 이어 또 3일간 보이콧을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라고 썼다.

일부에선 강경파가 주도하는 강공 주장에 지도부가 중심을 잃고 끌려다닌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검찰수사의 편파성이나 편파징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처사이지만 국회라는 합법적 투쟁공간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알려야 효과적"이라며, "국회를 거부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민생문제를 도외시하고 불법 대선 개입 문제에 투쟁을 국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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