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努'한 지하철 무임승차

입력 2013-11-12 10:38:18

전국 70세 추진, 노인들 복지 후퇴 안될말…시민단체 "부채 연관성 적

유모(66'여'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1주일에 2, 3일은 대구도시철도 2호선 서쪽 마지막 역인 문양역을 찾는다. 집에서 가까운 동대구역이나 신천역에서 지하철을 탄 뒤 반월당역에서 환승하면 50여 분이 걸린다. 유 씨는 문양역 내에서 색소폰과 사물놀이 등 무료공연을 즐기거나, 역 인근에 있는 마천산(274.4m)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다진다. 점심땐 매운탕 집 등 역 주변에 있는 식당을 찾거나 도시락을 먹는다. 유 씨는 "문양역을 찾아 건강도 챙기고 사람들과 만나서 사교 활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건 무임승차 제도 덕분"이라며 "무임승차 연령이 70세로 높아진다면 교통비 부담 때문에 문양역을 자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 등 전국의 지하철 관련 8개 공기업이 '노인 무임승차' 대상 연령 범위를 줄이려고 하자 노인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는 공기업 부채와 무임승차 운임 간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교통복지 차원에서 대구시가 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부담 커"

지하철 공기업들은 4일 정부에 낸 공동건의문을 통해 현재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건의문에는 부채의 주범이 무임승차이기 때문에 손실액을 정부가 교통시설특별회계로 보전해주거나 대상 연령을 소득세법상의 경로우대(70세 이상)처럼 70세로 올리자는 의견이 담겨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선 노인 무임승차의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의 지난해 무임승차 인원은 2천819만4천 명. 이 가운데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를 제외한 노인 인원은 2천171만4천 명이다. 같은 해 무임승차 운임은 310억1천300만원이고 이 중 노인 비중이 238억8천500만원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2012년 말 기준으로 하루 이용객이 약 34만6천 명이고 이 중 22.3%에 해당하는 7만7천 명이 무임승차 인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무임승차 운임이 대구도시철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액의 6.7%에 달하고,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매년 노인 무임승차 인원이 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5명 중 1명이 운임을 지불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커질 것"이라며 "무임승차 혜택 인원을 줄이거나 정부가 손실액을 보전해주는 등 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노인 기준은 65세, 형평성에 어긋나"

이에 노인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무임승차는 기본권인 이동권을 보장하게 하는 '노인복지'이기 때문에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박병용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장은 "다른 정책에서도 노인의 기준은 65세인데 굳이 기준 연령을 높여서 혜택을 줄이는 건 나이에 따라 노인을 차별하고 노인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무임승차 혜택을 줄이려면 차라리 예전처럼 교통비를 직접 지원해 도시와 농촌 노인 간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공기업 부채 중 무임승차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연관성도 떨어진다"며 "수요 예측 실패와 방만한 경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교통복지 비용을 공기업에게 전가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등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도시철도의 무임승차 운임은 늘고 있지만 부채는 줄어들고 있다. 대구도시철도의 무임승차 운임은 2010년 238억9천900만원에서 지난해 310억1천300만원으로 35억6천500만원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부채는 2010년 5천486억2천400만원에서 지난해 4천621억4천300만원으로 오히려 864억8천100만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전체 부채 중 노인의 무임승차 운임 비율도 5.2%에 불과하다.

시민단체는 부채의 원인으로 ▷지하철 예측 수요의 과장으로 인한 무리한 사업 추진 ▷성과금과 수당 인상 등 방만한 경영 ▷정부나 지자체의 과도한 요금 통제 등을 지목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공기업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노인복지정책 차원에서 시작한 무임승차의 손실액을 공기업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논란이 불거진 측면이 있다"며 "공기업은 경영 개선을 통해 부채를 줄여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동권도 기본권이기 때문에 복지 차원에서 무임승차 예산을 투입하는 등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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