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1년간 연구년을 나오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이의 '미국 적응' 문제였다. 혹시나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영어도 못하는데 수업을 따라갈 수는 있을까? 그런 내 걱정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나 낙천적이었다. "아우~ 아이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처음에 잠깐 힘들겠지만 금방 적응할 거예요. 오히려 나중에 다시 안 돌아가려고 하는 게 더 문제일걸요?"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너무 좋단다. 학교 생활이 너무 즐겁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너무 좋단다. 겨우 두 달 다녀놓고선 미국에서 잠깐이라도 살아본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게 무슨 마음인지 이해하겠단다. 같은 상황의 아이들이 열이면 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걸로 봐서 비단 내 아이만의 의견이 아님은 확실한 것 같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선생님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아주 세심하게 배려해 준단다. 혹시라도 수업 중에 내용을 놓쳐 당황할라치면 아이가 물어보기도 전에 먼저 선생님이 발견하고 다가온단다. 또 아이들에게 칭찬을 못 해서 안달 난 선생님들 같단다. 아주 작은 거라도 칭찬할 거리를 찾아 꼭 칭찬을 해 준단다. 수업 방식도 '한국보다 쉽다'가 아니라 '한국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는 수업 시간에 그냥 앉아서 칠판만 쳐다보고 있으면 1시간이 가는데, 여기서는 스스로 참여하지 않으면 수업이 진행되지가 않는단다. 선생님이 문제를 던져주고 나면 아이들이 함께 토론을 통해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어서 수업이 지겨울 새가 없단다. 옆에서 보기에 해야 할 공부의 양이 한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건 아닌데 아이가 인식하는 부담의 정도는 엄청나게 다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이곳에는 학원이 없고, 선행이 없으며, 학교에서 배우는 게 전부이다.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과는 달리 미국 교육의 특징은 '자율성'과 '창의성'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창조와 창의가 화두가 되고 있다. 21세기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창의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기업들도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 지난달 2013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평화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벨상은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낸 학자에게 주어진다. 이번 노벨상 선정에서 주목할 것은 수상자 12명 중 6명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4분의 1, 억만장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IT 산업의 역사를 이끌어온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모두가 유대인이다.
유대인 자녀 교육의 핵심은 대화와 토론이다. 그들은 항상 궁금증을 갖고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가 높은 학구열과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의성'도 주입식으로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으니 말이다. 유대인들의 교육 철학은 베스트(best)가 아니라 유니크(unique)를 지향하기 때문에 각 아이의 개성과 재능에 주목하여 '누구나' '모두'를 인재로 키워낼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며칠 전 스웨덴 일간지에 그들의 교육 개혁에 한국을 참고해서는 안 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국의 학생들은 자율성 없이 억눌려 있으며, 주당 60시간씩 공부하고 4시간밖에 못 자는 중노동에 맞먹는 고된 학업에 짓눌려 산다는 것이다. 그들이 본 한국은 '가난한 농업 국가에서 세계 최강 경제국의 하나로 성장한 나라'이면서 동시에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였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똑같은 지식을 주입받고 무조건 일등이 되어야 하는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몇 해 전 한 개그 프로그램이 낳은 유행어였다)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등이 아닌 누구나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김미경 대구가톨릭대 교수 호텔경영학과 mkagnes@c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