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시간제 채용, 반쪽 일자리 되나

입력 2013-11-05 10:12:45

내년 136곳 1027명 계획, 대부분 청년층 신규 채용

5일 공공기관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4년 잠정 채용계획에 따르면 295개 공공기관 중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 있는 곳은 136곳으로 총 1천27명을 뽑을 예정이다.

정부는 주부, 노령층 등 경력 단절자와 일-학업을 병행하는 청년층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산해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제시한 시간선택제는 청년층에 초점을 맞춘 '신규' 채용이 대부분이다. 전일제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연봉 1천600만원짜리 '반쪽 청년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 시간제 일자리 현황

내년도 공공기관별 신규채용 계획을 보면 시간제 근로자를 10명 이상 채용하면서 보수와 근로시간 등 채용 계획을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한 공공기관은 24곳으로 이 중 23곳은 시간제 근로자를 '신규' 채용으로 결정했다. 기관별 시간제 근로자 채용 계획을 보면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발전 운전관리원, 소방원 등으로 55명, 한국동서발전은 발전소 교대근무원으로 11명을 뽑는다.

한국서부발전은 수질관리와 폐수처리, 발전설비 운전 등 분야에서 12명, 한국남부발전은 기록물관리원으로 14명, 한국중부발전은 발전소 운전원으로 50명을 각각 채용한다.

한국가스공사는 경비 업무로 22명, 한국전기안전공사는 긴급출동 고충처리 업무로 16명, 한국철도공사는 사무직과 기술직을 합쳐 84명을 각각 채용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기반시설 유지보수 분야에서 24명을 뽑는다. 복지 관련 공공기관을 보면 국민연금공단이 보험료 지원사업 분야에서 48명을,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관련 업무로 16명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회계·홍보 등 행정지원업무로 23명을 각각 뽑는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 24명을 채용한다. 금융분야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서민금융 상담 및 접수 직무에서 10명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U-보금자리론 심사 및 사후관리 업무에서 20명을 뽑는다.

◆"시간선택 가능한 일자리 모델 찾아야"

공공기관이 내놓은 시간제는 기본적으로 정규직이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사회보험, 퇴직금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은 일반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이 없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의 보수는 전일제에 견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전일제와 큰 차이가 없지만, 근로시간이 짧아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24개 기업이 제시한 시간제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천618만원으로 전일제(2천890만원)의 56% 수준이다. 고졸 또는 대졸 청년 구직자로서는 '질 좋은 일자리'에 크게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착하려면 일자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시장 인프라나 수용 모델 등을 모두 고려해서 제대로 가야 한다. 공공부분이 리더십을 갖고 시간선택제가 가능한 일자리 모델이나 케이스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각 기관이 어떤 직무를 어떻게 시간제로 내놓을지, 어떤 대우를 해줄지 검토하는 단계"라며 "공공기관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관련 직무 및 대우를 잘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유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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