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에 관한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가 올해 5월에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가장 낮고, 초등학생 7명 중 1명, 고등학생 4명 중 1명은 가출 및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초등학교 4학년은 '화목한 가족'을 꼽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로 화목하지 못한 가정 혹은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 부재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아이들도 가족, 친구, 학업성적, 진로문제 등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한다. 자기 고민을 하소연하고 싶은데 이를 받아 줄 상대가 없어 외롭다. 부모는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기는커녕 잔소리, 지시, 통제 일변도의 말만 하기 때문에 아예 말하지 않는 편이 속 편하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이러한 자녀들과 소통하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녀들이 느끼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갈 때, "너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구나"라고 말해보자. 만약 아이가 마음을 열고 이야기한다면 아이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오' '그래' 등의 언어'비언어적 인정신호를 보내면서 진지하게 경청한다. 말을 잇지 못할 때 앞의 말을 요약하거나 공감해주면서 천천히 생각하며 말하도록 기다려준다. 상한 감정을 충분히 풀어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할 때까지 경청해 준다면 아이는 비로소 자신이 이해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공부할 시간에 TV 시청에만 매달려 있을 경우 부모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공부는 언제 할 생각이니?" "TV에만 매달려 있으니 성적이 그 모양이지" 라는 비난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 경우 "네가 TV에만 매달려 있으니(비수용적 행위) 성적이 나빠질까 봐(결과) 엄마가 걱정되고 화가 난다(느낌)" 이라고 말해보자. 이런 표현을 '나 메시지'라고 한다. 자녀의 못마땅한 행동에 대해 자녀를 비난하지 않고 단지 부모의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는 '나 메시지'를 사용할 때 관계 회복이 더 쉬워진다.
'나 메시지'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컨대 자녀가 밤늦게까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채팅을 하고 늦잠을 자다가 아침에 허겁지겁 등교하는 버릇 때문에 부모가 화가 난다. 이 경우 "너는 도대체 언제 철들래?"라는 비난의 '너 메시지'로 돌아가기 쉽다. 이때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기는 승승의 방법을 사용해보자. 적당한 시간에 자녀와 함께 문제 상황을 확인하고 해결 대안을 서로 제시한 후, 그 대안 중 좋은 한두 가지 방법을 합의하고 실천하도록 한다. 그 실천사항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칭찬과 보상으로 격려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의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평소에 자주 대화하며 소통할 때 자녀는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
홍기칠(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