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위안부 사과한 일본 양심

입력 2013-11-04 10:20:52

일본 시민단체 8명 방문 "할머니들 생전에 사과를"

대구를 방문한 일본 시마네현의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 중구에 들어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를 방문한 일본 시마네현의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 중구에 들어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독도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일본 시마네현의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구를 찾아 과거 일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위안부 할머니를 위로'격려했다.

시마네현의 고마츠 아키오(68) (재)인간자연과학연구소 이사장과 (재)빛나는 미래를 생각하는 여성회 관계자 등 8명은 2일 대구를 찾아 위안부 할머니를 만났다. 이들은 이날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위안부 역사관 건립 현장을 둘러본 뒤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역사관 건립 등 문제 해결을 위해 한목소리를 낼 것을 약속했다.

이번 방문단을 이끈 고마츠 아키오 이사장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 있을 때 강제동원과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를 과거 역사나 양국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함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마츠 아키오 이사장은 한'중'일 3국이 공존과 공멸의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내에선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국민 정서 속에서 아베 정권을 탄생했고 과거 드러난 잘못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고마츠 이사장은 또 "이러한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위안부 역사관 건립은 과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실천"이라며 공감의 뜻을 전했다.

이날 일본 방문단과 일정을 함께한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일본이 책임져야 한다고 바른말을 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사람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 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정부와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위안부 역사관 건립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이번 방문은 올 8월 시마네현을 방문했던 대구지방변호사회 평화사절단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평화사절단은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아베 내각의 잘못을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의견서를 발의한 신일본 여성회와 이를 의결한 시마네현 의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그 당시 고마츠 아키오 이사장 등은 한국이 평화사절단을 초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을 마련한 바 있다.

방문일 대구지방변호사회 독도위원장 겸 평화사절단장은 "독도 문제로 교류가 끊어진 시마네현의 양심적인 지식인과 시민단체의 방문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위로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방문단은 이날 가창의 우록 사야가 마을과 수성못의 미스사키 린타로 묘소 등 대구지역에서 활동했던 일본인의 흔적을 둘러본 뒤 3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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