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드라마 챔프 해냈다" 시민들 환호

입력 2013-11-02 09:31:48

"최종전 채태인 안타 못잊어"…대구시내 주요 도로 한산

1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즐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와아! 우리가 해냈어."

1일 오후 9시 50분쯤 대구시민야구장. 2013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승리의 포효였다. 관중석은 순식간에 푸른 물결로 뒤덮였다. 야구장에는 꽃가루가 떨어졌고 형형색색의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경기 내내 마음 졸여가며 선수들을 응원했던 사람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함께 온 가족,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영상통화로 '기적의 현장'을 지인들에게 생중계했다. 가슴이 먹먹한 듯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운동장을 바라보는 관중도 있었다.

그 순간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중 모두가 챔피언이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 김동휘(12'대구 달서구 월성동) 군은 "3년째 가족과 함께 한국시리즈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올해도 승리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6회 채태인과 박한이 선수의 안타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삼성의 승리는 기적에 가까웠기에 관중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1승3패라는 절대 열세를 뒤집고 일궈낸 우승이었다. 정규리그'KS 3년 연속 통합 우승의 금자탑도 세웠다. 최초의 역사와 함께 한 대구 시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왔다는 김보화(28'여'대구 달서구 장기동) 씨는 "오전 근무만 하고 다 같이 조퇴까지 하며 경기를 보러 온 보람이 있다"며 "삼성이 이기면 둘째 아이를 가지겠다고 약속했는데 삼성 덕분에 가족이 늘어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선수 가족들도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 포수 진갑용의 아내 손미영 씨는 "너무 좋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남편이 이길 거라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박한이 선수의 아내 조명진 씨는 "남편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고생했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해줄 것"이라며 "6차전 때 남편이 날린 홈런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고 했다.

경기가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던 오후 6시 이후 '한국시리즈 타임'은 대구시내를 한산하게 바꿔놓았다. 평소 차량 지'정체로 몸살을 앓았을 금요일 밤 대구시내 주요 도로는 오후 7시 이후부터 크게 막히는 구간이 없을 정도였다. 회사원들도 이날 만큼은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회사원 최재훈(38'대구 북구 읍내동) 씨는 "6차전이 있던 10월 31일에도 가족과 함께 집에서 TV로 한국시리즈를 지켜봤다. 7차전이 있기 전 회사 동료 대부분이 칼퇴근해 집으로 가도 누구 하나 크게 뭐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식이나 모임으로 한창 바빴을 대구시내 식당과 술집도 다소 한산했다. TV를 갖춰둔 식당들도 채널을 한국시리즈에 고정해두고 있었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가 승기를 잡은 오후 8시 이후부터는 대리운전 기사들마저 움직임이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대구시내 한 술집에서 TV로 한국시리즈를 봤다는 이승환(38'대구 동구 방촌동) 씨는 "대리운전 호출을 하고도 1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것 같다. 대리기사에게 늦은 이유를 물어보니 대리기사들도 야구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숨 죽이며 지켜보던 경기가 승리의 마침표를 찍자 경기장 안에서 달궈진 열기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식을 줄 몰랐다. 관중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오후 11시가 다되어가도록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축제의 기분을 한껏 느꼈다. 야구장 밖도 열광의 도가니였다. 야구장 주변 상점에는 축하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에서 온 손정희(26) 씨는 "이틀 동안 야구장에서 응원하며 마주친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기 위해 식당에 왔다. 야구를 통해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최강 삼성'을 큰소리로 외쳤다. 인근 맥주집 매니저인 윤제영(21) 씨는 "삼성이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 오늘은 손님들과 함께 경기를 보면서 삼성이 득점할 때마다 손님들에게 서비스 안주를 제공했다"며 "이번 우승이 끝이 아니라 4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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