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에서 심판까지, 성경 속 장면들…『명화로 만나는 성경』

입력 2013-11-02 08:00:00

명화로 만나는 성경/ 이석우 지음/ 아트북스 펴냄

'명화를 통해 보는 성경책'이지만 단순히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기독교 미술사의 걸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을 골라 성경과 역사, 미술사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을 바탕으로 '예술과 신앙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서양사를 전공한 학자(경희대 명예교수)이자 신앙인(분당 샘물교회 장로)인 저자 이석우는 그림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을 단련해왔다고 고백하며 명화에 담긴 예술가들의 열망과 고뇌, 성경의 가르침을 전한다. 저자는 "성화는 인간의 가장 본원적인 문제인 죄와 고통, 죽음, 그 한계를 다루고 있으며 빛과 어둠에 대한 선택을 우리에게 직접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천지창조를 다룬 '아담의 창조'로 시작해 신약 시대, 예수님의 죽음과 고난, 인류의 마지막 날을 다룬 '최후의 심판'까지 성서의 역동적 사건과 이를 표현한 24점의 명작을 주요하게 조명한다. 저자는 작품 속 사건의 의미와 함께 화가가 자신의 신앙적 고뇌와 진실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살핀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가 '아담의 창조'에서 아담의 신체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은 하나님의 창조성이 남성의 몸에 완벽히 구현되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고, 뒤러가 '네 명의 성스러운 사람들' 아래 루터 성경의 문구를 넣은 것은 당시 독일을 휩쓴 종교개혁을 적극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대목이 그렇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저자가 그림과 대화하면서 인생의 문제를 질문하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통로를 발견하는 대목이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욥의 고통'을 통해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고통을 왜 주셨는지,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고, 두초의 '산 위에서 시험받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정신적 삶의 가치관("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을 곱씹는다. 특히 하나님의 섭리대로 산다는 명목으로 자칫 인간이 책임져야 할 영역마저 하나님께 미루지 않는지 기독교인으로서 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에서 부끄럽고 죄에 빠진 부분이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어둠의 길로 가지 않고 빛을 향해 갈 수 있었다"라는 지은이의 신앙고백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는 역사적 흐름과 미술사적 지식도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역사 전공자이자 미술관 관장(겸재 정선 기념관)인 저자의 전문성 덕분이다. 이는 서양미술사의 중요한 원류인 헬레니즘과 함께 헤브라이즘을 이해할 지름길이다.

이 책에 담고 있는 성화 그림 24점은 다음과 같다.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가운데 '아담의 창조' ▷마사초 '아담과 하와의 추방' ▷피터르 브뤼헐 '바벨탑' ▷티치아노 '이삭의 희생' ▷베카푸미 '모세와 황금 송아지' ▷조르주 드 라 투르 '욥과 그의 아내' ▷루벤스 '하프를 켜는 다윗 왕' ▷시모네 마르티니 '수태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례 요한' ▷두초 '산 위에서 시험받는 예수 그리스도' ▷렘브란트 '간음한 여인' ▷반 고흐 '선한 사마리아인' ▷뒤러 '네 명의 성스러운 사람들' ▷디르크 바우츠 '최후의 만찬' ▷조반니 벨리니 '겟세마네 언덕의 고뇌' ▷두초 '베드로의 예수님 부인' ▷보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그뤼네발트 '이젠하임 제단화' ▷ 들라크루아 '십자가 위의 예수' ▷한스 홀바인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 ▷루벤스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 ▷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 ▷보스 '최후의 심판'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323쪽. 1만7천500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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