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면허/조두진 지음/예담 펴냄
결혼하려면 면허를 따야 한다?
2016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편소설 '결혼면허'는 28세 여성 서인선의 연애 이야기와 결혼생활 30년 동안 파멸의 길을 걸어가는 중년 부부, 결혼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과정 등 세 가지 이야기를 축으로 결혼생활의 민낯을 보여준다.
결혼면허 취득을 위해 '결혼학교'에 다니는 서인선은 1년의 교육과정을 통해 남자란 무엇이고, 여자는 무엇이며, 결혼생활은 무엇인지 하나씩 배워간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이가 됐으니까,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었으니까, 혹은 둘이서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까 결혼하겠다고 덤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결혼의 결과로 없던 행복이 생겨나지는 않으며, 홀로 먼저 행복해야 결혼한 뒤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 '결혼면허'는 결혼생활 혹은 부부생활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일침을 가한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라 이심이체(二心異體)이어야 한다'거나 '결혼할 상대를 파악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애써야 한다' 혹은 '일처일부제는 인간의 본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말은 의아하지만 곱씹어볼 만하다.
지은이는 "사람은 살아가면서 변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성정이 있다. 성정이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하려고, 맞추려고 할수록 갈등이 깊어지고 고통스러워질 뿐이다. 부부간 갈등을 대화로 풀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거나 뭘 모르는 사람들이다. 제3자가 무슨 말을 못하고, 무엇을 이해 못하겠는가. 갈등하는 부부는 제3자가 아니라 당사자다"라고 말한다.
이 책 '결혼면허'는 '좋은 남자가 곧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은 아니며, 나쁜 여자가 나쁜 아내가 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결혼제도는 좋은 남자를 나쁜 남편으로, 좋은 여자를 나쁜 아내로 만들어버리는 괴물이 되기도 한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것은 좋지만 꿈을 꿀 때는 마땅히 악몽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때 비로소 '괴물'을 '천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ML결혼생활학교 교장 강현석은 "상식적이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상식은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이고, 사용자의 상식은 더 많이 일 시키고 적게 주는 것이다. 사람마다 상식이 이처럼 다르다. 상식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결혼생활을 해본 사람은 안다"고 말한다.
결혼생활에는 이른바 상식이란 것이 통하지 않으며, 날마다 발생하는 비상식적인 상황과 인식이 누군가에는 '이해할 만한 상황'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지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부간에 매일 발생하는 상황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적어도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결혼면허와 결혼생활학교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설 '결혼면허'는 이혼율이 대단히 높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혼숙려제도'가 아니라 '결혼숙려제도'라고 주장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다음 후회하거나 고치려 들지 말고, 처음부터 제대로 단추를 끼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 조두진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자신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결혼은 선량한 남자와 선량한 여자를 악마로 만들어버리기도 하는데, 자신의 의지나 선택과 무관하게 불행한 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혼생활의 민낯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319쪽, 1만3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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