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쫄깃한 막창 뒤풀이'

입력 2013-11-01 11:14:57

"대구 명물 음식 드셔보세요"…타지 의원들 "소문대로 최고"

지난달 28일 오후 8시 대구 수성못 근처 한 막창집. 이날 대구시청과 대구경찰청 국정감사를 마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0명이 김범일 대구시장과 여희광'김연창 부시장, 최동해 대구경찰청장 등과 함께 나타났다. 애초 대구시는 이날 의원들을 모실 공식 만찬자리로 수성구의 한정식집을 마련했지만, 갑자기 행선지가 막창집으로 바뀌었다.

여야 의원들의 '막창 데이트'는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서을)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성사됐다. 윤 의원은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한식 코스보다는 대구에 왔으니 대구의 명물인 막창을 다른 지역 의원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대구를 알리는 것뿐 아니라 분위기 잡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황영철 안행위 간사와 상의해 결정했다"고 했다.

갑작스런 만찬장 변경으로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해 의원들은 독립된 공간이 아닌 탁 트인 식당 홀에 자리를 했다. 당시 대구시 공무원들은 다소 서민적인 음식 대접에 의원들이 혹여 언짢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효과는 '대만족' 이었다. 특히 김태환 위원장(구미을)과 윤 의원을 제외한 지역 출신이 아닌 8명의 의원들은 평소 잘 접하지 못하던 대구 막창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윤 의원은 "김현 의원은 물론 진선미, 박남춘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 모두 '평소 소문만 들었던 대구 막창이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며 찬양 일색이었다"면서 "대구는 전라도에 비해 먹을거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다 헛소문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엄청 좋아했다"고 전했다.

대구 음식에 대한 품평은 대구 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고 했다. 통계를 잡은 이래 대구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항상 꼴찌라는 얘기에 다른 지역 의원들이 전혀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30여 년 동안 권력의 중심지였던 대구가 경제 성적표가 왜 그러냐는 질문을 몇 차례나 받았다"면서 "대구 경제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을 여야 의원 모두 공감하고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적극 건의했다"고 말했다.

막창 뒤풀이의 또 다른 수혜자도 있다.

대구경찰청 국감에서 실수로 답변 자료를 잘못 배포한 경찰 간부가 찾아와 사과를 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의원들이 쉽게 용서(?)를 해 준 때문이다.

이날 막창 데이트는 9시 30분쯤 막을 내렸다. 김연창 부시장은 "다른 지역 의원들에게 대구 막창의 진면목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고, 대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했다.

정욱진'이창환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