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누비며 강슛, 가정·직장 스트레스 뻥~
여성 축구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축구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현재 대구에는 수성구를 비롯해 달서구, 동구, 서구, 북구 등 여성축구단 5개가 운영되고 있다.
◆수성구 여성축구단
수성구 여성축구단은 2001년 한·일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여자축구단 창단 열기가 고조될 때 만들어졌다. 축구단 선수는 25명. 대부분 축구를 해본 경험이 없는 20~50대 여성들로 운동 삼아 축구를 시작했다가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모두 축구 마니아가 된 사람들이다.
그 중심에는 코치 겸 선수인 김은선(41) 씨가 있다. 고교 선수 출신으로 축구단 전력의 핵심이다. 센터포워드로 득점과 도움은 물론 경기조율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 씨 는 "살아 움직이는 축구공이 좋다. 서로 협력해 골로 연결시키는 것도 흥미롭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니 남편이나 아이들도 전폭적으로 응원한다고 했다.
입단한 지 4년 됐다는 홍명식(53) 씨는 "경기 때 한 골 넣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연습경기에서 골을 넣어봤는데 짜릿했어요. 실전에서 골을 넣으면 더 짜릿할 것 같아요. 축구 TV 중계방송도 곧잘 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메시와 레알 마드리드 호날두를 좋아해요."
친구 권유로 입단한 이미옥(49) 씨는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그러나 감독이 시키면 수비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골을 넣고 싶어요. 정식 경기에서 한 골도 못 넣었거든요. 골을 넣으면 기분이 어떨까 상상해봐요." 이 씨는 축구를 시작한 후부터 TV에서 축구경기를 볼 때 그냥 보지 않는다고 했다. "포지션별로 다른 역할, 특히 내가 맡고 있는 포지션을 눈여겨봅니다." 이 씨 역시 축구가 재미있다고 했다. "잘하지 못해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만 재미있어요. 계속할 겁니다."
수성구 여성축구단은 매주 월'화요일 오전 구민운동장에서 훈련을 한다. 시합을 앞두고는 따로 훈련을 할 때도 있다. 힘들어도 훈련에 빠지는 선수는 거의 없다. 홍명식 씨는 "주부들이어서 연습 마치고 집에 가면 집안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피곤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축구장에 가기만 하면 활기가 생겨난다"고 했다. 홍 씨는 자신뿐 아니라 수성구 여성축구단 단원 모두 축구에 올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즐기면서 축구를 한다는 것.
◆남편·아이와 축구얘기…가족소통 도움
그렇다고 팀원들이 승부에 무관심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여자들의 '승부욕'은 남자를 능가한다. 동료애가 쌓이면서 스포츠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묘미도 쉽게 축구를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선수들은 "고된 훈련 끝에 얻어낸 승리의 쾌감과 동료애가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으로 나타나 활기 있는 삶을 만들어준다"며 축구 예찬론을 폈다. 홍 씨는 남편이 고맙다고 했다. "외조가 없으면 축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남편이 고맙지요. 제 경우에는 축구를 한 뒤 가정이 더욱 밝아진 것 같습니다. 남편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축구가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홍 씨는 공식적인 '외박'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오가는 동안 수다도 떨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 등 즐긴다는 것.
올 4월에 입단한 한윤경(24) 씨는 수비수다. 한 씨는 "수비가 매력 있다. 상대편 선수의 공격을 차단하고 공을 가로챘을 때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안다"고 했다. 또 축구를 통해 삶을 배운다고 했다. "축구는 개인운동이 아니잖아요. 마음을 맞춰야 하는 운동입니다. 축구를 통해 서로 믿고 의지하며 정을 나누는 법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축구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이환조 감독은 "모두들 축구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사실 제대로 공을 차는 건 쉽지 않다. 선수들이 가정과 직장일을 하며 연습하고 대회에도 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축구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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