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스포츠에 뛰어든 여성들] 여자야구단

입력 2013-10-31 13:58:03

40대도 뛰는 외인구단, 초교생팀도 가끔은 이겨

여성이 녹색 다이아몬드의 들러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주류에 가깝던 여성 팬이 총 관중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 여자야구단도 생겨나고 있다. 바야흐로 '여자 야구'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2개 팀)·경북(1개 팀)에는 총 3개 야구단이 있다.

◆아레스 여자야구단

25일 저녁, 대구 서구 중리동 야간 야구교실. 밝은 조명 아래 머리를 질끈 묶은 여성들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그리 세련된 자세는 아니지만 하고자 하는 열의는 대단했다. 이어 수비와 타격 연습, 그리고 야구 규칙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최가은(25·회사원) 씨는 "'보는 야구'와 '하는 야구'는 확실히 다르다"며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게 재미있고, 점점 야구 매력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아레스(Ares) 여자야구단은 2007년 창단됐다. 창단 당시 6명이었던 선수단이 현재 16명으로 늘었다. 20대부터 40대 여성으로 구성됐으며 직업도 디자이너, 일반 회사원, 학생 등 다양하다. 일요일에 한 번 모여 훈련하는데 연습장이 따로 없어 현재 본리초교 운동장에서 훈련한다. 땡볕에 경기하느라 얼굴이 까맣게 타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열정을 가진 여성들이다. 가끔 리틀야구단과 실력을 겨룬다. 최가은 씨는 "4'5학년과는 이길 때도 있다"며 빙그레 웃는다.

아레스 야구단은 화합과 단합을 최고로 친다. 감독이자 선수인 여상희(35·디자이너) 씨는 "야구는 팀 경기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나쁘면 잘 되지 않는다"며 "'즐기는 야구', 그것이 우리 팀이 추구하는 야구"라고 했다.

투수 공민지(32·회사원) 씨는 야구가 힘들긴 하지만 어떤 종목보다 재미있다고 했다.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싫증 안 내고 5년 이상 한 스포츠는 야구가 유일하다"며 "다른 종목에 비해 작전이 무궁무진한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공 씨는 "때론 피가 나는 등 부상을 입기도 하고 운동 뒤 근육이 뭉쳐 밤새도록 끙끙 앓기도 하지만 일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최가은 씨는 "힘들지만 제대로 맞은 공이 저 멀리 날아가면 스트레스도 함께 날려보내는 기분"이라고 했다. 최 씨는 재치있는 플레이를 하는 삼성 유격수 김상수를 닮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최 씨가 하고 싶은 포지션은 투수. "감독님이 안 시켜준다" 며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타격은 꽤 되는데 수비가 좀…

경쾌한 배팅소리가 좋아 입단했다는 이하형(20·대학생) 씨는 새내기다. 포지션도 1루와 외야를 왔다갔다한다. 배팅할 때 경쾌한 소리도 좋지만 포지션마다 다른 수비 방법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다. "친구들이 '너, 미쳤나?'고 하지만 생각대로 작전이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업'된다"고 했다.

코치 주철구(33) 씨는 "남자도 하기 힘든 종목인데 여자들이 하니 신기하다"며 "타격은 웬만큼 하는데 아무래도 수비가 서툴러요. 그래서 수비 위주로 연습을 시킨다"고 했다.

아레스 야구단은 창단 6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9월 마이티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했다. 마지막 이닝에서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점수를 못 낸 것.

여 감독은 "역전할 수 있는 찬스였는데 살리지 못해 아직도 아쉽다"고 했다. 이날 아레스는 3대4로 졌다. 여 감독은 "현재 LG배여자야구대회 8강에 올라 있어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여 감독은 여자 야구에서 고쳐야 할 규정이 있다고 했다. 바로 투아웃일 때 포수가 주자로 나갈 시 대주자로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여자야구 경기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포수가 주자일 때 대주자로 교체하는 건 포수가 빨리 장비를 착용하도록 유도해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여 감독은 "제한된 경기 시간을 고려할 때 일종의 묘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남자야구엔 이런 조항이 없다"며 "포수의 대주자 교체가 승부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미혼인 여 감독은 "야구는 알면 알수록 어렵지만 매력이 있다"며 "야구를 원하는 여성은 누구나 입단할 수 있다. 특히 성격이 좋으면 OK"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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