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도널드 커크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 서울 특파원은 지난 3월, 서방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에 진출한 AP통신의 평양지국이 북한의 '나팔수'라고 비판했다. 평양지국이 북한 당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정치범 수용소로 상징되는 열악한 인권상황 등 북한 체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눈감거나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커크 특파원은 그 예로 AP 평양지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질문은 하지 않았으며 현지의 서방 비정부기구(NGO)들이나 외교관들에게서 자료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한 경제개혁 시늉만 하는 북한 당국을 홍보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황해도 곡창지역에서조차 기근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했다는 사실도 들었다.
이에 대해 AP통신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뒤 최근 서울지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준 리는 30일 이렇게 반박하고 나섰다.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나는 북한 보도의 질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고 자부한다. 나는 북한 당국 내 취재원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그 현장이 어떤 현장이며 취재원이 어떤 취재원이냐 하는 점이다. 취재 현장이 어디냐, 취재원이 누구냐에 따라 보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2차 대전 초기 프랑스 총리였던 좌파 정치인 에두아르 달라디에는 1933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농업집단화에 대한 농민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스탈린이 기획한 '관제(官製) 기아'로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달라디에는 우크라이나 방문 중 갓 구운 빵이 진열된 빵집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로 안내받았다. 프랑스에 돌아와서 그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우크라이나 도시들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났다"고 썼다. 그 빵들은 회반죽을 색칠해 만든 것이었다.
같은 시기에 미국 공산당이 소련으로 파견한 프레드 빌이란 사람은 안내인 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혀 다른 것을 보았다. 미처 묻히지 못한 퉁퉁 부은 시신들이 길에 널려 있었고, 굶어 죽은 마부가 굶어 죽은 말의 고삐를 쥔 채 널브러져 있었으며, 마을에는 차가운 화로 앞에서 눈을 뜬 채로 죽은 사람들이 있었다. 준 리가 말하는 현장이란 에두아르 달라디에와 프레드 빌이 본 현장 중 어느 경우에 해당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