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형법 근간 '대명률' 진본 영천에 있다

입력 2013-10-30 11:09:30

고경박물관 원문 판본 보관, 中보다 앞선 현존 최고 전망

영천시 고경면에서 대명률 원문 판본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영천시 고경면에서 대명률 원문 판본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고경박물관 김근호(오른쪽) 관장과 김기한 학예연구실장(왼쪽)이 대명률 원문 판본을 펼쳐 보이고 있다.
고경박물관 김근호(오른쪽) 관장과 김기한 학예연구실장(왼쪽)이 대명률 원문 판본을 펼쳐 보이고 있다.

"우리 박물관에 소장한 대명률이 조선 500년 형법의 근간을 이룬 대명률(大明律) 원문 판본이라니 기쁘기만 해요. 이 대명률 판본이 국가문화재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를 바랍니다."

영천시 고경면에서 대명률 원문 판본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고경박물관(관장 김근호)은 최근 소장 대명률 판본에 대한 경상북도 문화재위원들에게 조사를 의뢰한 결과 진본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얻었다.

대명률은 동양사상의 근본이 되는 유교사상에 바탕을 두고 명나라 때 사용된 형법전이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황제로 즉위하기 전인 1367년부터 황제로 즉위한 뒤인 1397년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편찬 또는 개정을 거쳐 확정됐고 청나라 때도 형법의 근간을 이루었다. 우리나라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대명률 적용을 선언한 이후 대한제국 말까지 형법의 근간으로 적용해 왔다.

지금까지 국내와 일본에는 16세기 이후 이두(吏讀)로 번역해 인쇄한 대명률직해 판본이 6종 정도 남아 있으나 원문 판본은 고경박물관 소장 대명률이 유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판본은 원조 국가인 중국에 남아 있는 대명률 원문 판본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발견된 고경박물관 대명률은 한지에 목판으로 찍은 판본이고, 가로 15.5㎝×세로 21.3㎝ 크기로 77장 154쪽 분량에 440조로 편찬돼 있다. 앞부분은 판례 총칙인 명례율과 뒷부분은 이율'호율'예율'병률'형률'공률 등 총 7편으로 구성돼 있다.

경북도 문화재위원들은 고경박물관 대명률은 명 태조 때이자 대명률 3차 편찬 시기인 1389년(홍무 22년)본을 판각해 인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는 1397년 판본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 최고 판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최근 고경박물관 소장 대명률에 대해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경북도 한 문화재위원은 "이 책은 앞부분 1장, 뒷부분 몇 장이 떨어져 아쉽지만 조선시대 인쇄사는 물론 서지학적으로 중요한 문헌"이라며 "우리나라 대명률의 판본 비교 연구에 도움을 주는 귀중한 자료로 국가문화재 지정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고경박물관 김기한(41) 학예연구실장은 "대명률이 가지는 책의 의미를 감안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은 이달 21일 했다"고 밝혔다.

올해 운영 7년을 맞은 고경박물관은 폐교를 활용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토기류, 도자기, 그림, 목기 등 1천500여 점의 유물 등을 전시해놓고 있는 사립박물관이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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