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가져다준 승리였다. 삼성 라이온즈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대5로 승리했다. 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타격전이 펼쳐졌고, 삼성이 8회초 터진 박한이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1승을 추가했다.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여전히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대구로 자리를 옮겨 계속되는 6, 7차전에서 뒤집기 우승을 노린다.
◆활기 찾은 타선
4경기 7득점, 팀 타율 0.175, 팀 득점권 타율 0.060으로 빌빌대던 삼성 타선이 5차전에서 살아났다. 중심타자들이 집중력을 보였다. 벤치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도 돋보였다.
삼성은 1회초 3번 채태인이 두산 선발투수 노경은에게서 좌측펜스를 넘어가는 1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최형우'이승엽'박석민'김태완이 연달아 안타를 쳐 삼성은 2점을 더 보탰다.
3대1로 쫓긴 3회초. 4번 최형우는 노경은을 상대로 달아나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밀어 친 공이 좌측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4대4 동점이 된 5회초에는 6번에 배치된 박석민이 적시타로 다시 앞서가는 점수를 뽑았다.
특히 승부를 결정지은 8회초, 삼성은 두산 벤치의 허를 찌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진갑용의 선두타자 안타 뒤 정병곤이 타석에 들어서자 두산 수비는 번트에 대비했다. 앞서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정병곤은 그러나 번트모션을 취하다 강공으로 돌변,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무사 1, 2루서 정형식은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했고, 1사 2,3루서 박한이가 우익수 앞 안타로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였다. 7대5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삼성은 경기 내내 기선을 잡았고, 최준석(홈런 2개, 3타점)을 앞세워 추격한 두산을 끝내 뿌리쳤다. 무엇보다 동점은 허용했으나 한 차례도 리드를 넘겨주지 않았다.
◆불펜도 힘자랑
선발 윤성환이 일찍 무너졌지만 삼성에는 강력한 불펜이 있었다.
윤성환이 1차전 부진에 이어 2⅓이닝 동안 7안타(1홈런)를 내주며 4실점하자 삼성은 당황했다. 모처럼 타자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뽑아 리드를 잡았기에 윤성환의 부진은 아쉬웠다.
삼성 벤치는 불펜을 조기 투입했다. 안지만과 선발투수 밴덴헐크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3회말 1사 주자 2루서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첫 타자 양의지를 몸에 맞는 볼을 내보냈으나 손시헌을 병살로 잡아내 불을 껐다. 5회 최준석에게 홈런을 맞은 게 아쉬웠지만 안지만은 3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허리를 지켰다.
밴덴헐크도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2차전 선발로 등판해 5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밴덴헐크는 7회 마운드에 올라 무결점 투구로 삼성 마운드의 힘을 보여줬다. 8회말 첫 타자 김현수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앞선 세 타석에서 홈런 2개와 안타 하나를 쳐낸 최준석을 병살로 요리했다. 2이닝 무실점.
마지막 방점은 오승환이 찍었다. 오승환은 9회말 마운드에 허경민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대타 홍성흔(삼진)-손시헌(뜬공)-김재호(삼진)를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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