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도청 국가 미국

입력 2013-10-29 11:03:43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35개국 지도자를 도청해 온 사실이 폭로되면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 6월까지 무려 10년이 넘도록 도청 대상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2002년이면 메르켈이 총리가 되기 전 야당 대표 시절이다. 현재 러시아에 임시 망명 중인 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보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맹국 독일이 이 정도였다면 다른 나라라고 예외일 리 없다. 우리나라도 도청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정부는 미국 정부에 한국 대통령이 포함됐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은 '입장을 이해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해왔다. 도청을 했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유럽 국가들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독일 프랑스 등 21개국은 미국의 도청 행위를 규탄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정상의 전화나 e메일이 도청되는 피해를 본 독일과 브라질 등이 적극적이다. 결의안 초안은 '민주 사회의 기초를 위협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NSA란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보기관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은 적반하장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나섰다.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미 정부 기관이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 수집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놀라울 일"이라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폈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우방들이 자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의 정보력에 의존하고 있고 종종 (정보 수집)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며 거들었다.

공화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은 한 술 더 떠 "NSA의 첩보 활동이 유럽에서 수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며 오히려 유럽이 수혜자인 것처럼 포장했다.

어느 나라나 국제사회에서 정보 수집을 위해 뛰고 있다. 어느 정도의 도'감청은 공공연한 비밀이니 놀라울 것도 없다. 당하는 쪽이 무능력하게 비칠 뿐이다. 하지만 대상이 상대국 지도자라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지구 상에서 가장 힘센 국가인 미국이 이런 짓으로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드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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