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렌털' 위장 사채업자 적발

입력 2013-10-29 10:08:37

사용중인 제품 산 뒤 임대 이자율 152% 렌털료 챙겨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한 블로그에서 '중고가전제품을 구입한 뒤 이를 렌털 형식으로 다시 빌려주는 방법으로 대출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업체에 연락했다. 중고가전임대업자는 A씨의 집을 찾아왔고, A씨는 집에서 사용 중인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25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쓰고 팔았다. 동시에 이를 다시 렌털 형식으로 빌린다는 렌털 청약서도 작성했다. 매매금액은 250만원이었지만 A씨가 손에 쥔 돈은 첫 달 렌털료 55만원, 보증금 25만원 등을 뺀 170만원이었고, 이후 매달 55만원씩 5개월 동안 렌털료로 275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중고가전임대업체를 운영하면서 가전제품 렌털을 내세워 돈을 빌려준 뒤 고액의 렌털료를 받아 챙기는 방법으로 신종 고리 대부업을 한 무등록 대부업자가 처음으로 검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검사 김옥환)는 '렌털 천국'이라는 중고가전임대업체를 운영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로부터 사용 중인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이를 다시 렌털 형식으로 빌려준 뒤 고액의 렌털료를 받은 업체 대표 B(35) 씨와 종업원 C(26) 씨 등 2명을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가전제품임대를 위장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 및 생활정보지 등에 '쉽고 편한 렌털 대출을 해준다'는 의미의 대부업 광고를 내는 방법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 5월 사이에 급전이 필요한 서민 62명에게 6천257만원 상당을 대출해주고 연 이자율 152.1%의 고리 사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중고시세의 70~80% 가격으로 가전제품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렌털료는 매입대금의 20%를 6회 내는 방법으로 위장한 뒤 실제로는 렌털 보증금과 선이자를 제한 금액을 대출하고 렌털료 명목으로 5회에 걸쳐 원리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전제품 매매나 렌털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고 렌털 이용자는 급전 사용, 렌털업자는 고율의 이자를 받는 게 목적이었던 것.

대구지검 김옥환 강력부장은 "이는 저신용층 서민들의 대출이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게 사실상 가전제품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 준 뒤 고리의 사채를 받은 '렌털 대출 위장' 신종 고리 대부 사건"이라며 "이를 처음 적발했다는 데 의미가 크고, 이번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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