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족으로 태어나 일본 여성과 결혼하고 일본군으로 지내고 끝내 일본에 귀화해 부모가 지어진 본 이름 대신 '모모야마 겐이찌'라는 일본인으로 다시 태어나 일본에서 삶을 마감한 이건(李鍵·1909~ 1990)은 나라 잃은 국민으로서 제 나라를 뺏은 적국 일본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낸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고종 황제의 5남(男) 의친왕 이강의 장남으로 조선 패망 전인 1909년 오늘 태어난 고종의 장손자다. 1921년 일본에 건너가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교를 졸업, 일제 육군에 입대해 계급이 중좌에 이르렀다. 1931년에 영친왕비 이방자(李方子)의 외사촌이자 일본 해군 대좌의 장녀(마쓰다이라 요시코)와 결혼했다. 일본 패망 후 평민신분으로 돌아가자 1947년에 모모야마 겐이치로 이름을 바꿨고 1955년엔 일본에 귀화했다.
생계를 위해 단팥죽 팔고 제과점을 운영하기도 했고 외도로 아이를 낳아 가정불화로 이혼했고 둘째 부인과 살다 죽었다. 사후 일본 왕실은 장례식을 주관했고 육사 동기들과 일본 왕족이 참석해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생을 살았던 망국 왕족의 가는 길을 배웅했다. 그의 선조(先祖)는 조선을 속국이라며 오만무례하게 지독히 괴롭혔던 명(明)나라를 섬겼고, 후손인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조선을 핍박하고 약탈했던 임진왜란의 원흉인 일본을 섬기며 살았다. 그의 삶에서 역사는 힘없는 나라에겐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교훈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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