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진다고 오승환 혹사 대구시민야구장 한숨만 가득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25일 밤 악몽을 꿨다.
팬들은 역대 한국시리즈 최장 시간 경기를 지켜보며 삼성의 2013 한국시리즈(KS) 첫 승리를 기원했지만, 삼성이 돌려준 건 믿기지 않는 패배였다.
삼성이 25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와 연장 13회, 5시간 32분간의 혈투를 벌였지만 1대5로 패했다.
이로써 삼성은 홈에서 2패를 당한 채 두산의 홈인 서울 잠실구장으로 향하게 됐다. 먼저 2패를 당한 팀이 우승한 것은 역대 KS에서 딱 한 차례뿐이다. 2007년 SK는 KS에서 두산에 2패를 당한 뒤 4연승을 거둬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이 노린 사상 첫 통합 3연패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25일 2차전 패배는 삼성으로선 아쉬움을 넘어 '멘붕'을 가져올 만한 충격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팽팽한 마운드 싸움이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삼성 벤치의 어이없는 작전과 마운드 운용이 불러온 졸전이었다.
두 개의 사례를 보자.
1대1이던 연장 10회말 삼성은 정형식이 선두타자 볼넷을 골라낸 뒤 2루를 훔치자 박석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1사 3루가 되자 두산은 최형우를 볼넷으로 거르며 만루작전에 돌입했다. 그때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를 빼고 강명구를 1루 대주자로 내보냈다. 승부를 결정짓겠다고 빼내든 카드였으나, 3루 주자만 들어오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어서 필요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삼성은 점수를 뽑지 못했고, 그 후폭풍은 11회말 강명구 타순이 돌아올 때 불어 닥쳤다.
2사 만루를 만들었으나 타석엔 최형우가 아닌 강명구가 들어섰고, 두산 마운드는 강명구를 땅볼로 잡아냈다. 만약 최형우가 타석에 있었다면 두산 마운드가 쉽게 승부를 걸 수 있었을까.
삼성 벤치가 저지른 또 다른 실책은 오승환 사용법. 류 감독은 9회초 1사 1루 때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했다. 1대1 동점에서 불을 끄고 타자들이 점수를 뽑기를 바라는 포석이었다. 오승환은 임무를 완수했다. 10회에는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11회에도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완벽투를 뽐냈다. 오승환은 9회 마지막 타자부터 11회 두 번째 타자까지 연속 6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 역대 한국시리즈 연속타자 삼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도 세웠다.
12회에도 삼진 2개를 보태는 등 오승환의 공은 최고였다. 그러나 류 감독은 13회에도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3⅔이닝을 던진 터라 피로감이 축적됐음에도 공이 좋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13회에도 투입된 오승환은 첫 타자 김현수를 땅볼로 잡아냈으나 오재일에게 솔로 결승포를 맞고 말았다. 힘이 떨어진 상태에 힘 좋은 타자와의 대면은 무리수였다.
팽팽했던 줄다리기는 이 순간 두산 쪽으로 기울었고, 삼성은 추가 3실점해 이길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13회 1사까지 밴덴헐크-차우찬-안지만-오승환 등 삼성 투수들은 온 힘을 다해 마운드를 지켰으나 수많은 찬스를 날린 타자들의 지원 부족과 벤치의 판단 실수 때문에 빛을 잃었고, 오승환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1차전서 2득점에 그친 방망이는 2차전에도 침묵했다. 특히 연장 10회와 11회 만루 기회를 만들고도 주자를 불러들일 해결사가 없었다.
류 감독이 '폭탄'으로 지목하며 기대를 모았던 이승엽은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것 외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연장 10회말 외야로 공만 보내도 경기를 끝낼 수 있는 1사 만루에서 어정쩡한 스윙으로 내야 땅볼을 치는 자신 잃은 모습을 보였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그렇게 고개를 숙였고 사자군단도 꼬리를 내렸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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