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불황의 그늘, 업종별 희비 교차

입력 2013-10-26 07:53:51

식료품 시장, 지갑 꽁꽁…제과, Day 특수도 실동

식료품
식료품 "이런 불황 처음"
간편식
간편식 "잘나가요"
주류
주류 "요즘만 같아라"

오랜 경기 침체로 식료품 소매시장의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 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최근 4분기 연속 아시아 지역 최저치를 기록하는 불황 속에 저렴한 간편식과 주류업계만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제과업계는 각종 '데이'(Day) 특수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가 최근 발간한 '2013년 상반기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위축된 소비 심리가 대형마트, 슈퍼마켓, 일반식품점 등 식료품 소매점에서의 소비 트렌드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불황이 소비자 심리의 마지노선인 식료품 시장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불경기에도 꿋꿋이 성장

대다수의 제품군이 판매량 및 매출액 부진을 겪고 있지만, 주류업계만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불황에는 술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는 정설에 맞게, 식료품 소매점에서의 주류 판매액 및 판매량은 최근 3년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상반기 주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 판매량은 2.6% 증가하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위스키와 같은 고가의 술보다는 맥주와 소주 등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술의 판매액과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에 가까운 9.9%의 판매액 증가를 기록하며 주류 시장의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맥주의 경우 캔맥주 판매액의 비중(47.3%)이 페트병(30.3%) 및 병맥주(22.3%) 판매액의 비중을 앞질렀으며, 판매액 기준 유통 채널별 중요도의 경우 편의점(28%)이 일반식당(17%) 및 개인소형점포(17%) 등을 앞지르며 가장 높게 나타나, 주류 시장에서 '편의점 캔맥주'가 가장 큰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입맥주가 30% 이상의 높은 성장을 보이며 지속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과업계, Day 이벤트 특수 사라졌다.

밀가루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제품 단가 상승으로 인해 제과 업계는 최근 3년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판매액은 상승했지만, 판매량은 3년 연속 전년 동기 대비 0.1%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ay 특수 시즌'의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중 가장 큰 초콜릿 성수기인 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가 있는 2, 3월의 초콜릿시장 판매액의 최근 3년간 변화 추이를 분석해 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판매액 성장률이 2011년 32.6%, 2012년 20.7%에서 2013년 8.6%로 큰 폭 감소해 소비 심리 위축이 Day 특수마저 시들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재료값 상승 시기에는 간편식이 인기

장류 시장의 2013년 상반기 판매액 및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 7.3% 감소했지만, 즉석밥(판매액 17.7%, 판매량 16.4%), 캔햄(판매액 2.8%, 판매량 4.0%), 수산캔 (판매액 16.1%, 판매량 8.3%), 햄'소시지'베이컨 등의 육가공류 (판매액 8.6%, 판매량 4.8%), 포장김치 (판매액 7.9%, 판매량 7.3%), 냉동만두(판매액 10.1%, 판매량 7.4%) 등 가정에서의 취식이 간편한 편의가공식품 및 신선식품류는 판매액과 판매량 모두에서 전년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싱글족과 맞벌이부부의 증가로 인해 가정에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와 함께, 농산물 등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음식 원재료로 조리해 먹기보다는 저렴한 즉석식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닐슨코리아 신은희 대표는 "식료품 및 생활필수품들은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필수 소비 항목이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에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항목이다. 하지만 최근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소비재 제품의 소비 트렌드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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