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me Track ' 기록으로 본 라이온즈] (14)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입력 2013-10-23 09:40:23

곰에 두 번 지고 한 번 이긴 사자

2005년, 앞선 두 번의 패배를 딛고 마침내 한국시리즈서 두산을 꺾은 삼성 선수들이 구단 깃발을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2005년, 앞선 두 번의 패배를 딛고 마침내 한국시리즈서 두산을 꺾은 삼성 선수들이 구단 깃발을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번째 매치가 성사됐다. 1982년 원년우승을 놓고 다툰 두 팀은 2001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장 빛나는 무대서 맞닥뜨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4번이나 붙는 매치는 삼성과 두산이 최초다. 역대 31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해태, 삼성-SK, 해태-빙그레가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씩 맞붙은 적은 있지만 4번이나 만난 것 삼성-두산이 처음이다.

'코리안 시리즈'로 불린 1982년, 후기 우승팀 삼성은 전기 우승팀 OB(두산의 전신)와 프로야구의 첫 패권을 놓고 한 판 대결을 벌였다. 대전공설운동장서 열린 1차전. 두 팀은 4시간33분에 걸친 15회 연장에서도 자웅을 가리지 못한 채 3대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삼성은 대구로 옮겨 다툰 2차전서 2회 타자 일순하며 첫 승리를 거머쥐었으나 3~5차전을 내리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만루홈런으로 동트고, 만루홈런으로 저물다'는 유행어를 남긴 6차전서 삼성은 뼈아픈 만루홈런을 맞고 우승을 OB에 내줬다.

개막전 이종도(MBC)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한 삼성은 마지막 경기가 된 코리안 시리즈 6차전 9회초 OB 김유동에게 만루홈런을 맞은 것. 공교롭게도 두 차례 모두 마운드엔 이선희가 서 있었다.

삼성이 다시 한국시리즈서 두산과 대적한 건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01년이었다. 정규시즌 1위의 삼성은 선배들의 한(恨)을 풀어주겠다며 별렀다. 원년 챔피언 두산은 1995년에도 정상에서 명문구단으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진한 아쉬움을 삼켰던 삼성은 이후 단 한 번(1985년 통합우승 제외)도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9번 도전에 9번 우승의 신화를 쓴 김응용 감독을 영입, 정상도전에 나섰으나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두산에 발목이 잡혔다. 두산 사령탑 김인식 감독은 인화와 화합으로 팀을 이끌며 '미라클 두산'을 탄생시켰다.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았던 그해 한국시리즈에서의 패배(2승4패). 삼성 프런트는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성사는 하늘이 시킨다"며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의 진갑용'이승엽'박한이'배영수, 두산 홍성흔이 그라운드에 섰었다.

세 번째 대결은 2005년 이뤄졌다. 삼성은 설욕을 다짐했다. 삼성이 1위로 선착한 가운데 두산도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쳤지만, 한화를 3연승으로 꺾고 체력을 비축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승부'라는 전망을 뒤집고 승패는 삼성의 일방적 승리(4승)로 끝났다.

그러나 매 경기 중반까지 1점차 '박빙의 승부'는 흥미를 더했고, 선수들은 수준 높은 플레이로 한국시리즈를 최고의 기량을 겨룬 가을 축제로 만들었다.

1, 2차전 역전 승부에 이어 3, 4차전도 경기 막바지에 승부의 명암이 갈렸다.

고비마다 터진 대타성공, 백업의 미친듯한 플레이,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은 삼성의 우승원동력이 됐다.

1, 2차전에서는 백업 요원 김재걸과 김대익, 김종훈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3차전에서는 양준혁이 쐐기 3점홈런로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4차전에서는 부진하던 박한이가 3회 솔로포와 8회 2사 만루서 주자일소 2루타로 혼자 4타점을 올리는 맹타를 휘둘렀다.

하리칼라-배영수-바르가스로 이어진 선발진과 허리와 뒷문을 책임진 권오준-오승환 'KO'펀치를 앞세운 마운드는 4차전까지 두산에 단 5점만 내주는 짠물피칭으로 두산과 이어온 24년 악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삼성과 두산은 한국시리즈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도 4번이나 만났다. 플레이오프 도입 첫해였던 1986년에는 삼성이 2승을 완봉승과 완투승으로 장식한 김일융을 앞세워 3승2패로 OB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04년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은 1차전 패배 후 3연승으로 두산을 눌렀다.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이 2승4패로 뒤져 한국시리즈 티켓을 두산에 내줬다. 2010년에는 1~5차전 모두 1점차 승부로 혈전을 벌인 끝에 5차전 연장 11회말 박석민의 끝내기 안타가 터진 삼성이 3승2패로 웃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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