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열정…배우는 기쁨…어르신들의 '사랑의 교실'

입력 2013-10-23 07:02:26

안동 '마리스타 야간학교'

안동시 옥정동에는 35년이 넘도록 갖가지 사정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갈증을 풀어주는 야학인
안동시 옥정동에는 35년이 넘도록 갖가지 사정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갈증을 풀어주는 야학인 '마리스타 학교'가 있다. 60, 70대 만학도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엄재진기자

가정과 경제사정 등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꿈을 키워주었던 야간학교가 지금도 누군가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안동시 옥정동 마리스타 야간학교는 놓쳐버리거나 허락되지 않았던 '배움의 꿈'을 뒤늦게나마 이루려는 만학도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평생교육시설 중의 하나인 이 학교는 한글을 익히는 한글틔움반과 한글자람반, 초등학교 고학년 과정인 중입검시반을 운영한다. 중등과정인 고입검시반과 고졸과정인 고졸검시반 등 5개 과정이 열리며 전 과정 무료다. 이곳에서는 한글교육 30명과 중입검시반 10명, 중등과정 24명, 고등과정 21명 등 60, 70대 80여 명이 만학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한글을 갓 깨친 이들은 "마리스타 학교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 준 천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모(72) 할머니는 "내 이름도 못쓰다가 은행에 가서 돈을 찾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했다. 정모(68) 할머니는 "옛날에는 고지서가 오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옆집에 물어봐야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알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다. 이들에게 버스 행선지를 읽고 광고판을 읽는 것도 또 다른 기쁨 중 하나다. 학생들은 배움 그 자체를 즐긴다. 초급반의 또 다른 학생은 "몸이 아파 학교 옆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너무 공부가 하고 싶어 환자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마리스타 야간학교는 철저하게 자원봉사제로 운영된다. 강사 40여 명은 안동대 등 대학생이 대부분이지만 현직교사와 대학교수, 대학강사, 학원강사, 주부 등 다양한 이들이 재능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차례 치러진 검정고시에서 42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중입검정고시의 경우 4명이 응시해 모두 통과했고, 고입검정고시에서는 27명이 응시해 78%인 21명이 통과했다. 고졸검정고시에도 37명이 응시해 16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강사진은 매주 목요일 교무회의를 통해 출석률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분석한다. 요즘에는 다음 달 2일 안동의료원에서 열리는 '마리스타의 밤'을 앞두고 각 반별로 장기자랑 경연에 참여하기 위한 연습이 한창이다.

이 학교 교장 변성자(리따) 수녀는 "마리스타 학교는 1977년 개교 이후 교육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무료교육을 이어오고 있다"며 "배움의 기회를 놓친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습욕구를 충족시키는 꿈의 배움터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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