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했나요? 금리 내려달라 하세요

입력 2013-10-21 10:38:15

'금리인하 요구권' 지난해 7월 이후 신청 급증

#대구에서 과일·채소 도매업을 하는 박모(54) 씨. 그는 2011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NH농협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았다. 사업 초기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2년 만에 사업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박씨는 재무상태 개선을 이유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2.7%를 낮추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이 은행을 상대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국민, NH농협, 신한, 외환, 우리, 하나 등 주요 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천여 건에 불과했던 금리 인하 요구 신청이 올 8월 말 기준 4만여 건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들어 대구은행에 접수된 금리 인하 요구 신청도 205건에 달했다.

◆금리인하 요구권이란

신용상태에 현저한 변동이 발생했을 때 은행을 상대로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2002년 도입되었지만 그동안 홍보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오다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이후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금리 인하 요구는 개인(가계)과 기업 모두 할 수 있다. 개인은 신용대출에 한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개인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은 은행별로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통상 7가지 경우로 나뉜다. 우선 직장 및 직위 변동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직장으로 이동하거나 직장 내에서 승진한 경우가 해당된다. 특히 무직자가 취업한 경우는 가장 확실한 직장변동이다.

연소득이 상승한 때도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연소득이 올랐다고 무조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봉 상승이 최소 10% 이상은 되어야 한다.

대구은행은 연봉이 20% 이상 증가한 경우 금리 인하 대상이 된다. 또 거래실적이 좋아 은행이 우수고객으로 선정한 경우,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이 증가했거나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부채 감소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 등급 상승도 금리 인하 요구 대상이다. 기업의 경우 회사채 등급 상승, 재무상태 개선, 담보 제공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대출 약정 기간 내 2회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동일 사유로 6개월 이내 재신청은 할 수 없다. 대출 고객이 증빙서류를 첨부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은행은 심사를 거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인하해준다.

◆신청자 90% 정도 받아들여

금리 인하 사유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요구권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청 건수 대비 금리 인하 허가 건수 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 동안 접수된 1만4천787건(5조9천억원)의 금리 인하 신청 가운데 90.3%인 1만3천346건(5조4천억원)에 대해 금리 인하가 이루어졌다.

평균 금리인하 수준은 1%포인트로 대출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절감액은 연 54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은행은 올 들어 금리 인하를 신청한 205건 가운데 기업대출 1건을 제외한 204건(99.5%)에 대해 금리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2년 전 대구은행에서 가계 대출 3천만원을 받은 직장인 이모(36·대구 수성구) 씨. 그는 최근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승진을 한 덕분에 연봉도 20% 정도 상승했다. 이씨는 은행측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 대출 금리를 낮추었다.

대구에 있는 A기업은 재무 상태가 좋아져 금리 인하를 받았다. A기업은 3년 전 대구은행에서 기업자금 10억원을 대출 받았다. 3년 동안 A기업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 재무 상태가 좋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A기업은 금리 인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 요구권을 잘 활용하면 가계와 기업의 금융 부담을 덜 수 있다. 은행마다 금리 인하 적용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은행의 기준을 확인한 뒤 충족이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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