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둘째 월요일 '짜장면 한 그릇에 깃든 나눔의 행복'

입력 2013-10-19 08:00:00

대구시 남구 화중반점 주인 전봉식 씨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전봉식 씨가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있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전봉식 씨가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께 무료 짜장면 1만 그릇 봉사

"보잘것없는 짜장면 한 그릇이지만 어르신들이 얼마나 맛있게 드시는지 몰라요. 이웃을 위한 작은 나눔의 행복이 이런 건가 봐요."

14일 점심시간 대구 남구 경상공고 앞 화중반점. 식당 안에는 할아버지'할머니 50여 명이 옹기종기 식탁에 둘러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다. 어르신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온 90대 할머니도 계시고,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겨우 의지한 채 식당에 걸어온 할아버지도 계셨다. 먼저 한 그릇을 비운 어르신의 한 그릇을 더 달라는 소리도 들렸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은 후식으로 나온 요구르트와 과일을 먹으며 싱글벙글 즐거워했다.

주방에는 식당 직원들이 면을 뽑고 볶은 장을 떠 담는 등 분주했다. 홀에서는 대명1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노력봉사를 하고 있었다. 예술단 봉사자들도 식사시간 내내 노래와 춤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짜장면을 먹으면서 박수를 치고 어깨춤도 들썩였다. 식당 문 앞에는 어르신 10여 명이 앉을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화중반점 주인인 전봉식(55) 씨가 주변 어르신들을 위해 공짜로 짜장면을 대접하는 날이다. 그는 매달 둘째 월요일을 무료급식의 날로 정하고 3년 동안 짜장면 나누기를 실천해오고 있는 것. 매회 250~300명에게 짜장면을 대접하고 있다. 지금껏 나눈 짜장면 그릇 수는 무려 1만 그릇에 이른다.

"무료급식은 오전 11시는 돼야 배식을 하는데 일부 어르신은 오전 9시쯤 찾아와 밥을 달라고 해요.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많아 어르신들이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는지 알 것 같아요."

그는 무료급식 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설렌다고 했다. 미리 장을 봐두고 급식 날에는 오전 7시에 일어나 주방에서 양파와 고기를 썰고 장을 볶는다고 한다. 부인 박정남(54) 씨도 일찍 내려와 식기를 챙기는 등 남편을 돕는다. 모든 요리는 남편 전 씨가 담당하고 설거지는 아내 몫이다. 짜장면 300인분을 준비하는 것은 벅찬 일이지만 전 씨의 얼굴은 항상 웃음이 가득하다. 짜장면을 드신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고맙다,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월배나 두류공원 주변에 사는 어르신들도 짜장면을 드시려고 먼 걸음을 하기도 한다. 그는 대구시 중식연합회 창립 멤버 활동 계기로 이웃을 위한 짜장면 나누기를 하게 됐다고 한다. "급식날 수박과 요구르트를 보내주는 얼굴 없는 주민들도 있어요. 아주 고맙죠. 몰래 식당 홀에 놔두고 가 아직도 누군지 몰라요."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30여 년 중식업을 해오고 있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어르신들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대접하는 게 즐거움이 돼버렸다. 식당 입구 벽에는 아예 빨간 글씨로 무료급식 날짜를 붙여 놓았다. 그는 또 다른 사랑 나눔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 대구 남구봉사단을 설립하는 것. 회원 10여 명과 자원봉사자 10여 명을 구성해 홀몸노인 밑반찬 배달을 할 예정이다. 이 밖에 그는 연말에는 매년 주민센터에 사랑의 쌀을 기탁하고 있다. 그는 사회봉사에 기여한 공로로 대구시장상, 구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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