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부처님이 칭찬한 나라'

입력 2013-10-18 11:12:49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였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마갈타국(國)의 아사세 왕은 발지국(跋祇國) 정벌을 계획하고 부처님의 의견을 듣기 위해 대신(大臣) 우사를 보내 여쭈었다.

"발지국 사람들은 용맹스럽고 씩씩하며, 백성들이 많고 부강하다는 사실만 믿고 저에게 순종하지 않으므로 제가 그들을 정벌하려고 합니다. 혹시 부처님께서는 경계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부처님은 우사를 향해 대답하지 않고 곁에 있던 제자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자주 모여 서로 바른 일에 대하여 의논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아난이 '들었다'고 대답하자 부처님은 발지국에 대해 칭찬의 말씀을 하신 후 다시 아난에게 물으셨다. "너는 발지국의 임금과 신하가 서로 화목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아난이 또 '들었다'고 대답하자 부처님은 앞서 했던 칭찬의 말을 반복했다. 이어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발지국 사람들이 법을 받들고 금기(禁忌)할 바를 알며 제도(制度)를 어기지 않는지, 부모님께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는지, 종묘(宗廟)를 공경하고 조상을 정성껏 섬기는지, 여자들의 행실이 바르고 음란하지 않은지, 수행자를 잘 섬기는지 차례로 물으셨다.

아난은 질문마다 '그렇게 들었다'고 대답했고, 부처님은 매번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여 갈수록 더 강성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며 누구의 침략도 받지 않을 것이다"라고 노래의 후렴처럼 반복해 칭찬하셨다.

부처님과 아난의 대화를 곁에서 듣고 있던 우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발지국 사람들이 그 가운데 한 가지만 지키더라도 정벌할 수 없을 것인데 하물며 일곱 가지를 다 갖추었으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우사는 부처님께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부처님은 아사세 왕의 발지국 정벌 계획을 이렇게 꺾어버렸다. 이 내용은 국가가 멸망하지 않고 존속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법문으로 꼽힌다. 부처님의 말씀을 요즘 언어로 바꾸면 아마 이럴 것이다.

'자주 모여 서로 바른 일에 대하여 의논하느냐'는 말은 언론의 자유가 있느냐, 또 사회 정의나 경제 정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느냐라고 바꿀 수도 있겠다. 만약 언론이 권력이나 자본에 예속되지 않고 자유로워 권력과 금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살아 있으며, 사회 정의가 실현되어 모두가 평등하다면, 또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다면 부처님의 칭찬을 기대해도 좋겠다.

'임금과 신하가 서로 화목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하느냐'는 말은 대통령과 정치권의 관계가 원활하냐, 사회 지도층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느냐,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느냐라는 질문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다.

'법을 받들고 금기할 바를 알며 제도를 어기지 않느냐'는 말은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냐, 법의 적용이 힘있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가 아니냐, 부자도 죄를 지으면 공평하게 벌을 받느냐로 바꾸어 물어도 된다.

부처님이 '부모님께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는지' 묻고 있는데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대로 통용되는 말이니 어떤 다른 설명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또 '종묘를 공경하고 조상을 정성껏 섬기느냐' 하는 것은 나라의 전통을 존중하고 계승 발전시킬 의지가 있느냐로 이해하면 되겠고, '여자들의 행실이 바르고 음란하지 않으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여자들에게만 바른 행실을 요구하는 것은 양성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사회가 지나치게 음란하고 타락하지 않았느냐로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행자를 잘 섬기느냐' 하는 것은 인도 특유의 문화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요즘은 종교인들이 올바르게 생활하고 있고 존경받고 있느냐로 바꾸면 되겠다.

부처님이 지금 우리나라에 오신다면 과연 어떤 말씀을 하실까. 한숨을 깊이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까?

한북 스님/송현동 보성선원 주지 hanbook108@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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