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 문제는 양국 민초들이 풀어야"

입력 2013-10-18 10:00:45

'일본의 양심' 나라여자대학 나카즈카 아키라 명예교수 대구 강연

17일 오후 6시 30분 대구 중구 덕산동 대구YMCA빌딩 3층 강당에서 열린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시민교류회에서 나카즈카 아키라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왼쪽)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7일 오후 6시 30분 대구 중구 덕산동 대구YMCA빌딩 3층 강당에서 열린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시민교류회에서 나카즈카 아키라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왼쪽)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한'일간 역사문제는 두 나라의 민초들, 즉 풀뿌리 사람들의 힘에 의해 움직여나가야 합니다. 역사문제에 대한 두 나라의 민간교류와 연대는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역사를 바꾸어나가는 힘이라는 사실을 저는 굳게 확신하는 바입니다."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나카즈카 아키라(中塚 明'84)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가 한'일 양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25명과 함께 17일 대구를 방문했다. 8년 째 '한'일 시민이 함께하는 동학 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을 진행하고 있는 나카즈카 교수는 이날 오후 대구 중구 덕산동 대구YMCA빌딩 3층 강당에서 수운 최제우 순도비 건립준비위원회의 초청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한일시민교류회'에 참석해 기념강연했다.

대구를 처음 방문했다는 나카즈카 교수는 "최근 발간한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책들을 낼 수 있게 한 가장 큰 힘이 바로 이번 여행에 참가한 일본 시민들과 이 교류회를 준비한 대구경북 시민들의 지속적인 교류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나카즈카 교수는 1995년 홋카이도 대학에서 '동학당 수괴'라고 쓰여진 두개골이 발견된 뒤 유골이 어떻게 일본으로 흘러들어왔는지를 조사한 것을 시작으로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나카즈카 교수는 이노우에 카츠오(井上勝生) 홋카이도대 명예교수, 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와 함께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이 동학농민군을 어떻게 탄압하고 학살해 왔는지를 밝히는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지난 8월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이 진압부대로 파견했던 후비보병 제19대대 지휘관인 대대장 미나미 코시로(南 小四郞)가 가지고 있던 19대대 소속 병사의 종군일지를 발견했다. 나카즈카 교수는 '동학농민전쟁과 일본-또 하나의 청일전쟁'이라는 책을 통해 종군일지의 내용과 일본군이 저지른 동학농민군 진압 당시의 참상을 일본에 공개하기도 했다.

나카즈카 교수는 "종군일지 발견과 이후 연구로 이뤄낸 성과는 한국의 역사연구자들과 향토사학자들의 전면적인 협력없이는 이뤄낼 수 없었던 일"이라며 "같은 역사인식을 가진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교류하고 연대해야 두 나라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된 역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교류회에는 역사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일본인 20여 명도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교류회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시민들 사이의 역사문제에 관한 교류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요시카와 하루코(73) 씨는 "대구 중부경찰서 앞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공사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대단함을 느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또한 서울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일본 사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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