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지방대학

입력 2013-10-18 10:58:03

대학정원 감축 기준 절대평가에 '절대적 불리' 걱정

교육부가 17일 밝힌 대학정원 감축 방안을 두고 결국 '지방대학 고사(枯死)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안은 취업률 등 정량(定量)지표와 대학별 특성 등 정성(定性)지표를 병행하는 '절대평가 방식'의 대학평가를 도입, 대학들을 상위-하위-최하위 그룹으로 나누고 하위'최하위에는 정원 감축 또는 퇴출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수도권의 4년제'전문대들이 지방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평가지표가 불리한 지방대학들만 줄줄이 '정원 감축 →퇴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계기사 2'11면

대학정원 감축 필요성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3 학령인구의 감소 추세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55만9천여 명인 대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2018년부터 대학정원 대비 고3 숫자가 9천100여 명 부족하고, 2023년에는 16만1천여 명이 모자라는 등 대학정원 미달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2020년까지 대학정원을 현재보다 15만 명은 줄여야 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대구'경산 등 지역 대학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대구경북은 입학정원 5천 명 안팎의 대형 사립대학이 3개나 되고, 4년제'전문대 숫자도 40여 곳이나 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높았다. 계명대는 올해 6월 '교육편제 조정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학과 통합, 정원 감축 검토에 들어갔고, 영남대도 연말까지 '학생 편제 및 정원 조정 규정'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자체 구조조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구가톨릭대는 학과 평가를 통한 대학특성화를 추진 중이다.

지역 대학들은 교육부의 이번 대학정원 감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량'정성지표를 혼합한 절대평가 방식의 대학평가제도 때문이다.

대구 한 사립대 관계자는 "누가 대학을 평가하고, 어떤 항목으로 평가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갈수록 수도권 대학 집중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방대가 지역 발전에 끼치는 영향이나 지방대가 처한 어려움을 반영하는 식으로 정성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지방대학만 하위'최하위 그룹에 포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산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지방대학들은 학생모집의 어려움 속에서도 등록금은 동결하고, 장학금 지급률은 높이면서 경영난을 감수해왔는데, 교육부가 지방대학들의 이런 노력을 이번 대학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이 없다면 입학'취업률 지표가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한 지방대는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한 사립대 관계자는 "앞으로 구체화될 대학정원 감축안의 세부내용을 지켜봐야겠지만, 수도권 대학과 일률적인 잣대로 지방대학을 평가할 경우 지방대학들만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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