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독서천국(讀書千國)

입력 2013-10-18 07:55:51

"우리 집에는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TV를 들여 놓았어요." 첫 아들을 검사로, 둘째는 대학교수로, 셋째는 판사로 길러낸 한 평범한 주부의 자녀양육 비결이었다. 자식에게 금을 한 광주리 주는 것보다 경서 한 권을 읽히라는 조상의 가르침에 따라, 할머니를 비롯해 온 가족이 책을 읽은 결과라고 했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더니만 역시 그랬다.

우리의 생활은 과거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왠지 마음은 더 공허하다. 브랜드 옷 입고 좋은 차 타고 큰 집에 산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은 더 알고 싶고, 더 향상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만족하는 존재가 아닐까?

몰아'몰입의 즐거움, 지식이 쑥쑥 자라는 내적 성장의 기쁨, 깨달음의 환희, 그리고 충만감으로부터 솟구치는 희열…. 이 모든 것들은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들로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상인데도 가구당 한 달 도서구입비는 1만9천26원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다. 여기에는 신문구독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과연 순도서구입비는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는 학교만 졸업하면 거의 책을 읽지 않으면서 매달 의류'신발 구입비로는 16만5천883원, 외식비로는 30만4천799원을 지출하고 해외여행 다니는 데 16조7천억원을 썼다. 정부가 발표한 2012년 통계자료다. 책에 대한 공적 투자도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의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는 3천535억원이지만 우리나라는 15의 1 수준인 235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생의 길은 너무 다양해서 다 살아볼 방법이 없다. 더욱이 삶의 참 지혜는 잘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책 속에서 현인도, 위인도, 전문가도 만날 수 있는데 한사코 인생길을 독불장군처럼 혼자 가려 한다. 그러면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단다.

세계적인 토크 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사생아로 태어나고 9세 때 성폭행을 당하는 고통을 겪고 방황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강요로 일주일에 책 한 권은 꼭 읽어야 했고, 그 책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주었다고 했다. 지금 그녀는 미국을 바꾸기 위해 "미국이 다시 책을 읽게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여유가 생겨서 책을 읽겠다면 평생 독서할 날을 찾지 못하니, 한 페이지를 읽을 틈만 생겨도 책을 펴들라고 독서전문가들은 권한다.

1년 52주. 일주에 한 권씩 10년을 읽으면 500권이 넘고, 20년이면 1천 권을 독파하게 된다. 독서천국(讀書千國), 추월 불가능의 전문가가 되고 나라를 다스릴 만한 힘도 생긴다는 뜻이란다. 책으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이규석 대구카네기연구소 원장 293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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