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남자의 계절?'…계절성 우울증 환자 70%가 여성
'나 가을 타나봐!' 가을이 되면 이유 없이 우수에 젖어들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활짝 펴지면서 괜히 들뜬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의 기분상태는 이처럼 계절의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계절에 따라 기분 상태의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경우를 의학용어로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한다. 정동(情動)이란 기분을 뜻한다. 흔히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계절성 정동장애의 한 가지 유형에 속한다.
◆가장 흔한 유형은 '겨울형'
계절성 정동장애란 몇 번의 계절에 걸쳐 규칙적으로 기분의 변화가 되풀이되는 경우를 말한다.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가장 흔한 형은 '겨울형' 계절성 정동장애이다. 이는 가을이 되면 우울해지기 시작해서 겨울이 지날 때까지 우울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우울이 없어진다. 반대로 드물지만 '여름형' 도 있다. 여름에 주로 우울해졌다가 가을과 겨울이 되면 우울이 없어지는 경우이다.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의 경우에는 전형적인 우울 증상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우울한 시기에는 식욕이 오히려 증가하고 잠이 많아지며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생겨 체중도 늘어난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며 사람들이 만나기 싫어지는 것은 보통의 우울증세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개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들이다.
연구에 따르면 계절성 정동장애는 전체 성인의 4~12%에서 나타난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계절성 정동장애 환자들의 70~80%는 여성이며, 가장 흔히 발병하는 연령층은 30대이다.
◆일조량이 원인?
계절성 정동장애는 위도가 높을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기분 상태가 계절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에 대해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가설이 있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요인은 일조량이다. 겨울형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 강한 빛을 쬐게 하면 약 80%는 상당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치료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계절적인 변동을 보이지 않는 일반 우울증 환자들은 빛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
겨울형 우울증이 빛 치료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우울 증상의 원인이 멜라토닌 분비의 이상 또는 멜라토닌의 비정상적 반응 때문이라는 주장과 관련이 있다.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성 행동, 수면, 기분 등을 조절한다. 이 물질은 여러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분비가 조절되는데 그 중 햇빛이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햇빛은 인간에서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멜라토닌에 의한 과수면, 피곤함, 우울증 등을 호전시킨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는 논란이 있다. 빛 치료의 효과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론은 밝은 빛에 노출되면 세로토닌의 생성이 증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치료와 예방법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실내 조명을 밝게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틈나는 대로 햇볕을 쬐고 점심 식사 후 바깥에 나가 산책하기를 권한다. 또 집에 있을 경우 빛이 드는 창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광치료=광치료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규칙적으로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보통 2천500 룩스의 빛을 이용해 2시간 동안 치료를 받게 된다. 어떤 경우는 1만 룩스의 빛을 30분 동안 쬘 수도 있으며 빛의 양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광치료는 주로 오전에 한다.
▷약물치료=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들은 약물의 습관성이나 의존성 등을 우려해 약물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항우울제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등의 향정신성약물과는 달리 습관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는 보통 2주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의사의 중단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재발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다.
▷정신치료=인지행동요법이나 대인관계치료 등 단기 정신치료 등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운동이나 수면박탈치료 등도 시도되고 있다.
도움말'김희철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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