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숙성된 김치, 칼칼하고 개운한 맛 그대로
우리나라 대표 음식은 김치다. 오죽했으면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었을까' 하는 대중가요가 있을 정도로 우리의 김치 사랑은 유별나다. 김치로 요리한 찜이나 찌개도 찾는 사람이 많다. 흰 쌀밥 위에 두툼한 돼지고기 한 점과 푹 익은 김치를 밥 위에 걸쳐 입에 넣고, 칼칼한 국물 한 숟갈 곁들이면 꿀꺽, 금세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김치찌개는 우리나라 국민 음식이고 직장인들의 '국민 찌개'이다. 김치찌개와 밥 한 공기로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엔 얼큰한 김치찌개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인다. 김치찌개는 우리나라 백반집의 감초메뉴이다. 백반집 차림표에 김치찌개가 없다면, 그 집은 장사 안 하기로 작정했다고 봐야 한다.
◆김치와 돼지고기의 환상적 조화
대구 수성구 욱수동 덕원고 근처에 있는 '동인동 김치찜'찌개'는 김치찜'찌개 전문점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알싸한 김치 향이 진동한다. 순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밥 위에 김이 솔솔 나는 김치 한쪽을 말아 입안 가득 넣는 손님을 보면 침이 꼴딱 넘어간다.
김치찜과 찌개의 주인공은 역시 김치다. 김치맛이 없으면 찜과 찌개도 영 그렇다. 이 집에서는 묵은지 대신 숙성된 김치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잘 익은 김치다. 아삭아삭한 맛과 배추의 단맛이 살아있다.
막 끓인 김치찜이 올라왔다. 잘 숙성된 김치와 돼지 앞다리 살을 꾹꾹 눌러 담은 뒤 시원한 육수를 붓고 푹 익힌 것이다. 특별한 양념 외엔 특별히 들어가는 것이 없다.
황대호 사장은 "우리 집 김치찜은 김치의 알싸한 맛, 칼칼한 맛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고 했다. 김치를 세로로 찢어 밥 위에 올리고 돼지고기 살도 올렸다. 부드러운 돼지고기 살과 김치의 알싸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김치는 무르지도 질기지도 않고 적당히 숨이 죽어 있다. 돼지고기는 참치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부드럽게 찢어진다. 김치를 쭉 찢어 돼지고기에 돌돌 말아 먹는 맛도 일품이다. 칼칼한 김치찜 국물에 밥을 쓱싹 비벼먹으면 밥 도둑이 따로 없다. 황 사장은 "바삭한 김 위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얹은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귀띔한다.
◆콩나물 육수, 버섯, 두부 등 들어가
김치와 돼지고기, 콩나물 육수, 버섯, 두부 등이 들어간 김치찌개. 황 사장은 "김치찌개는 센 불에 빨리 끓여내야 제맛이 난다"면서 "약한 불로 오래 끓이면 칼칼한 맛이 사라진다"며 눈 깜박할 새에 끓여야 한다고 했다. 잘 숙성된 김치는 웬만큼 끓여도 사각거리는 맛이 남아 있다. 칼칼하고 개운한 깊은맛이 우러나온다. 별미로 끓일 때 라면사리를 넣어 먹는 손님이 많다. NH농협생명 동대구지점 채윤기 지점장은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던 그 맛이다. 옛날 생각을 나게 하는 음식"이라고 했다. 채 지점장은 "인근엔 식당이 많지 않아 점심때만 되면 메뉴 선택이 고민이었다. 우연히 짭조름하면서 맵고 칼칼한 김치찌개 집을 발견했는데, 그 맛에 반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찾는다"고 했다. 채 지점장은 이곳에 오면 입맛이 당겨 추가 밥을 주문하는 등 과식하게 돼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안 오고 싶은 곳'이다"며 껄껄 웃었다. 동료들도 모두 좋아해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로 한다고 하면 모두 OK"라고 했다.
홍국헌 소장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이곳을 찾는다. "김치의 사각사각 씹히는 맛 등 김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팀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홍 소장은 신문을 통해 알려지면 걱정이라고 했다. "주변에는 먹을만한 음식점이 드물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도 저렴해 모두 만족하는 음식점"이라고 했다.
허훈 재무설계사는 "어휴, 이 집에 오면 과식하게 된다. 아무리 적당히 먹자고 결심해도 김치찜이 들어오면 밥 한 그릇이 금방 없어진다"며 "칼칼한 김치찜 국물에 밥을 쓱싹 비벼먹으면 밥 도둑이 따로 없다"고 했다.
돼지고기와 고추장, 대파, 당면, 육수 등을 넣고 바특하게 졸인 돼지찌개도 맛있다. 돼지찌개를 시키면 큰 그릇을 가져다준다. 밥에 얹어 비벼먹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허 재무설계사는 "약간 매운 듯한 돼지찌개는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준다"며 "돼지고기와 당면이 잘 어우러진 환상적인 맛이 난다"고 했다.
황 사장은 "앞으로도 처음의 맛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 화학 조미료를 안 쓰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는 등 기본부터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치찌개 7천원, 김치찜 7천원, 돼지찌개 7천원, 부추잡채 9천원.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규모: 좌식 30명, 테이블 25명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추석'설 휴무)
▷주차장: 주변 주차
▷예약: 대구 수성구 욱수동 116-7. 053)792-0085.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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