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대목 맞은 사람들] 단풍 마중 어디로 갈까

입력 2013-10-17 13:39:40

팔공산에서 가산산성까지…걷기만 해도 힐링

가을은 우리에게 풍성함을 선물한다. 파란 하늘과 싱그런 바람이 아니더라도 꽃을 보면 가을을 느낄 수 있다. 도심을 살짝 벗어나면 들판엔 들국화가 지천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 길을 걸으면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희고 멀쑥한 모습으로 서있는 억새는 희끗희끗한 머리칼로 변해가는 중년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가을이 되면 남들보다 두 배나 더 진한 가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을에 대목 맞은 그들과 함께 황금 가을을 마음껏 누려보자.

◆진한 가을 정취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굳이 멀리 떠나야만 가을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심 가까운 곳에서도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는 호젓한 산책길이 많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숲과 오솔길, 그리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면 한층 짙어가는 가을 색과 마주친다.

가을엔 청도로 가보자. 요즘 청도에는 어딜 가나 주홍빛이 선명한 홍시 천지다. 나무에 매달린 홍시가 가을꽃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 길손을 유혹한다.

운문댐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환상적이다. 운문댐 주변의 가을 모습이 고스란히 물빛에 드러난다. 때마침 19일부터 '주홍빛으로 익어가는 청도의 멋과 맛'이란 주제로 청도 반시 축제가 열린다.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에서도 가을 정취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천년을 이어온 집들과 마을 입구 송림, 돌담 사이의 이끼와 담쟁이 등 마을 곳곳에 소담스럽고 정감있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고즈넉한 오후 풍경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외갓집 골목길 같다.

가족과 함께 걷는 가을여행 코스로는 경주 '파도소리길'이 좋다.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해안 산책로다. 읍천항을 출발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왼쪽에 바다를 끼고 출렁다리와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 등 절묘한 풍경을 만난다. 걷는 내내 푸른 바다와 흰 거품이 벗이 되어준다.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 들판은 요즘 허수아비 천국이다. 190여㏊의 넓은 들판에 각기 모양이 다른 600여 개의 허수아비가 황금 들판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고래불 들판은 고래불해수욕장 인근 7번 국도변에 있어 차를 타고 가면서도 볼 수 있다. 국도변은 들국화 천지다. 노란색은 산국화와 감국화다. 하얀색은 구절초, 연보랏빛은 쑥부쟁이나 개미취다.

◆가을 산이 손짓한다

가을 산의 단풍이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사람들을 가을 속으로 불러들인다. 가을의 숨결 속으로 들어가 깊은 맛을 느끼려면 걷기 여행이 제격이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낙엽 냄새는 전형적인 가을 냄새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청명한 하늘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세상의 시름은 이내 잊힌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대구 근교에도 가볍게 산을 오르며 가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멋진 곳이 많다. 팔공산 걷기코스는 대구 시민들의 가장 사랑받는 곳이다. 파군재삼거리~송림사~기성삼거리로 이어지는 팔공산 순환도로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팔공산 자락에서 칠곡군 가산산성으로 향하는 코스도 인기다. 기성삼거리를 지나 한티재 방향으로 가다보면 '해원정사'라는 큰 푯말 옆에 가산산성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가산산성은 진남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3.3㎞ 코스가 가장 인기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마치 평지를 걷듯 편하게 걸을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정상에 오르면 멋진 가산바위를 만날 수 있다. 대구기상대는 팔공산의 첫 단풍은 이달 19일쯤 시작돼 다음 달 29일쯤 절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앞산자락길도 좋다. 산 정상을 향해 힘겹게 올라가는 등산로와는 달리 등고선을 따라 옆으로 걷는 길이라 누구나 쉽게 산길을 걸을 수 있다. 남구 앞산 고산골에서 출발해 달서구 평안동산을 돌아 청소년수련원으로 내려오는 15㎞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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