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세계 빈곤 퇴치의 날

입력 2013-10-17 11:10:22

요셉 레신스키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프랑스 파리의 전쟁수용소에서 태어났다. 전쟁 기간 프랑스 정부는 수용소를 짓고 성향이 불분명한 이민자 출신들을 강제 수용했다. 거기에 그의 부모도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을 가난과 사회적 냉대 속에 보냈다. 1946년 신부가 된 레신스키는 파리 근교 난민 캠프에 수용된 250가족을 위한 사제로 임명됐다.

이 수용소에서 그가 본 것은 진흙탕 위에 세워진 4개의 수도꼭지가 고작이었다. 그가 경험하고 느꼈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은 이곳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이곳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음식과 옷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곳에 유치원을 짓고 도서관과 성당 등을 만들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빈곤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승화시켰다.

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에 1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평생을 빈곤과 기아, 폭력의 근절을 실천해온 레신스키가 주도한 '절대 빈곤 퇴치 운동 기념비' 제막을 위해서였다. 이 비석에는 '가난이 있는 곳에 인권 침해가 있다. 다 함께 인권이 존중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새겨졌다.

5년이 흐른 1992년 유엔은 레신스키의 뜻을 이어받았다. 10월 17일을 '세계 빈곤 퇴치의 날'로 공식 지정한 것이다. 인류가 절대적인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2000년 유엔은 새천년 개발 목표를 채택해 2015년까지 세계 빈곤 인구의 비율을 반으로 줄이고 기아로 인해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초등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오늘은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2010년 현재 전 세계 65억 인구 중 12억 명은 여전히 절대 빈곤 상태로 살고 있다. 절대 빈곤이란 구매력 기준으로 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것이다. 절대 빈곤으로 고통받는 3명 중 1명은 13세 이하 어린이다. 빈곤이라면 흔히 아프리카를 떠올리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아대책에 따르면 국내 아동 빈곤율은 10.6%. 10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어린이가 아직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절대 빈곤 속에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고 있을까. 빈곤 있는 곳에 인권 없다는 레신스키의 말을 곱씹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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