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개통 아양기찻길 열흘 안돼 폐쇄

입력 2013-10-17 10:41:00

금 가고 깨져 합판 놓고 통행…준공 검사 안받고 시민 개방

대구 동구 금호강 위 아양기찻길이 동구 평생학습축제 일정에 맞춰 서둘러 개통하는 바람에 곳곳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17일 오전 철교 위에 설치된 대형 유리벽 3곳에 길게 금이 가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동구 금호강 위 아양기찻길이 동구 평생학습축제 일정에 맞춰 서둘러 개통하는 바람에 곳곳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17일 오전 철교 위에 설치된 대형 유리벽 3곳에 길게 금이 가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달 10일 개통했던 대구 동구 아양기찻길이 열흘도 되지 않은 이번 주 토요일부터 다시 전면 통제된다. 준공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에게 개방한 뒤 다리 곳곳이 금이 가고 깨지는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한 것. 때 이른 개통의 배경엔 지나친 치적 홍보 욕심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19일부터 아양기찻길의 통행을 막고 전망대 내부에 들어설 휴게'판매시설과 디지털영상박물관, 명상원 등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끝낸 뒤 12월 1일 다시 개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개통식 전날부터 예견됐다. 9일 밤에 찾은 아양기찻길은 다음날 개통을 앞두고서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인부들은 바닥에 타일을 깔고 반죽한 시멘트로 틈을 메웠다. 다음날 굳지 않은 시멘트 반죽은 빗물에 쓸려 갔다. 틈이 생긴 타일 위로 많은 사람들의 무게가 실렸고, 결국 축제 뒤 여기저기 부서지고 깎여 나갔다.

공사 과정에서 금이 간 유리벽을 교체하지도 못했다. 강화유리라서 크기에 맞춰 다시 주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3중으로 된 유리벽을 한 장 가는 데만 인부 2, 3명이 3시간가량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개통식이 잡힌 상황에서 유리벽을 손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축제 기간엔 안전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금호강을 내려다볼 수 있게 다리 바닥에 댄 강화유리가 깨진 것. 자칫 행사장에 몰려왔던 시민들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임시로 합판을 덧대 사람들을 다니게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동구청 측은 완공도 하지 않은 다리에 보수(補修)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멈췄던 공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공사 재개'란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준공검사를 거치지 않은 다리를 시민들이 다녔던 꼴이 됐다. 건축물로 규정된 다리 가운데 전망대를 준공 없이 사용한 건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앞당겨 아양기찻길 개통식을 연 것은 제7회 동구평생학습축제 개막일인 10일에 맞추려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축제 중 다리를 찾은 율하동의 홍모(60) 씨는 "비가 오자 전망대 천장에서 비가 새고 바닥의 타일도 고정되지 않아 일어나는 등 공사를 성급하게 마무리한 흔적이 보였다"고 했다.

동구청 안전녹지과 관계자는 "평생학습축제 기간에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한 아양기찻길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임시로 개통한 것"이라면서 "입찰을 통해 전망대에 입주할 업체를 선정하고 내부 장식을 마무리하는 데 40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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