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디시티 대구, 스토리텔링이 먼저다

입력 2013-10-17 07:12:34

20년째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최하위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낸 대구가 새로운 탈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내건 '메디시티 대구'라는 수식어는 말뿐이다.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이 하루아침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분명 외국 의료 관광객 유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사실이다. 중국 의료 관광객이 불어나고 있지만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특히 서울, 경기지역으로 시장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또 한 번 대구는 좌절해야 할 판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낮아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특화된 의료 분야를 개발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의료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물론 특화된 의료 분야와 질 높은 서비스라는 말에 시비하거나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그보다 앞서 더 급한 일은 '메디시티 대구'를 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이라면 설명도 하기 전에 서울을 떠올려 버리는 현실에서 '메디시티 대구'라는 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이다.

이런 시각에서 필자는 두 가지 점을 꼭 권하고 싶다. 하나는 '메디시티 대구'는 덕인의술(德人醫術)이라는 인간 중심의 의료 가치관을 정책적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실행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질 좋은 의료보다 먼저 선행돼야 할 가치가 인간 우선의 철학인 것이다. 최소한 추운 계절에 손발을 떨며 거리로 뛰어나오는 병든 사람이 없는 인간 중심의 의술이 펼쳐지는 도시를 자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메디시티 대구'라는 대명사가 통용될 스토리텔링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곳곳에 미담으로 전해지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광객이 매력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주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쉼 없이 스토리텔링화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개발해 나가야 한다. 전문적 작가와 문화예술인들의 예술 작품에서부터 쉼 없는 스토리텔링의 공모를 통해서라도 말이다.

세계 유명 관광지 경우 동화 속 주인공을 통해 동상을 만들고 기념 거리를 만들고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상상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교과서적으로 의료기술과 서비스 개선만으로 타 지역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까 한다.

의료 영역에 갇힌 발상으로는 타 지자체와의 객관적 유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접근성과 국제적인 지역 인지도 등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먼저 시급한 것은 의료적 한계의 발상에서 벗어날 줄 아는 지혜다. 이런 노력들에 대해 시민들마저 의사들이나 의료인들이 배를 불리기 위한 경제활동이라고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앞에서 말한 '덕인의술'과 모든 문화적 에너지가 집결된 '메디시티 대구'의 스토리텔링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기초될 때 진정 먼 미래의 의료 낙원인 '메디시티 대구'라는 이름이 걸맞게 위치 지어지리라 믿는다.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사업이 하루아침에 성과를 낸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손기술은 당연히 세계 제일의 의료기술로 발전케 하는 호조건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기술을 꽃피우고 실현시키는 것은 새로운 혜안과 인내다. 지금까지 투자된 의료관광특구의 투자금액은 상상 이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래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대구시민 전체가 동참하는 선진 의료문화 지역 특구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대구 시민들이 '메디시티 대구'의 들러리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구시민 전체가 동참하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는다면, 대구가 새롭게 꿈꾸는 미래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마음이다.

조영기 대구광역시 수성구 의료관광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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