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활짝 편 나비폭포, 거대한 물줄기…中 후베이성 은시대협곡

입력 2013-10-16 07:33:13

"후난성에 장가계가 있다면 후베이성엔 은시대협곡(恩施大峽谷)이 있다."

병풍처럼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까마득한 지하 협곡의 비경을 자랑하는 은시대협곡은 최근 '제2의 장가계'로 각광받고 있다. 길이 108㎞, 총면적 300㎢인 동양 최대 협곡으로 현재 10㎞만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장강(양쯔강)을 따라 유람선에 몸을 싣고 은시대협곡으로 떠나보자.

◆토가족 전통체험장 '삼협인가'

후베이성 성도인 우한(武漢)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의 이창(宜昌) 갈주댐 부두에서 유람선에 오른다. 장강삼협 가운데 제일 긴 서릉협(西陵峽)의 비경이 이어진다. 평균 수심 65m, 우리나라 서해보다 깊다. '장강이 마르면 중국인 3분의 2가 굶어죽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물살을 거슬러 1시간 30분쯤 나아가자 삼협인가(三峽人家)다. 삼협인가는 중국에서 6번째 큰 소수민족인 토가(土家)족 전통생활양식을 재현해 놓은 계곡이다.

대나무 우거진 용진계 부두에 내리니 전통의상을 입은 토가족 아가씨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동굴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엔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노인, 나룻배 위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처녀, 다리 위에서 피리를 부는 청춘남녀 등 이색적인 볼거리가 펼쳐진다.

절벽 동굴에 시신을 안치하는 전통 장례양식인 가묘(架墓)도 볼 수 있다. 산책로 맞은편 절벽 100여m 위쪽으로 목관 두 개가 어렴풋이 보인다. 신분이 높을수록 절벽 위쪽에 안장을 했다고 한다.

계곡 끝부분 민속공연장에서는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행사가 1시간마다 열린다. 붉은 예복을 차려입은 신부와 관광객 중에서 뽑힌 신랑이 즉석에서 결혼식을 치른다. 얼떨결에 신랑이 된 관광객은 2층에 마련된 신방에서 아리따운 신부와 '그림자 키스'를 하는 행운을 누린다.

모계사회인 토가족 처녀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발등을 3번 밟아 청혼을 하는 풍습이 있다. 발을 밟힌 남자는 장가를 가든가 황소 1마리를 바쳐야 풀려날 수 있다. 전통 음식점 빠만즈에서는 마신 술잔을 깨면서 식사하는 특이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제2의 장가계 '은시대협곡'

세계 최대 수력발전댐으로 유명한 싼샤(三峽)댐을 거쳐 토가족 본거지인 은시로 간다. 여기서 52㎞ 떨어진 은시대협곡은 약 1억 년 전의 지각변동으로 만들어졌다. 카르스트 지형에 흔한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발 1,800~2,200m의 고산지대이다.

올해 개통된 8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은시대협곡 속살로 들어선다. 운무에 휩싸인 산봉우리와 울퉁불퉁 솟아오른 바위들이 펼쳐져 있다. 인간세상에서 선계로 '순간이동'한 느낌이다.

파도를 치는 듯한 물결문양의 석림 루문석낭과 한두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바위 틈바구니 일선천을 지나면 은시대협곡의 명물 절벽잔도가 나타난다. 석회암의 수직절리에 철심을 옆으로 박아서 만든 시멘트 다리이다.

심호흡을 한 후 500m 길이의 절벽잔도에 들어선다. 산 아래로부터 뭉실뭉실 올라오는 안개가 온몸을 휘감는다.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도 잠시 깎아지른 벼랑을 내려다 보니 아찔한 고도감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내리막 계단에서는 행여 미끄러져 난간 사이로 굴러 떨어질까 한발씩 조심조심 내려온다.

절벽잔도가 끝나자 바로 쉼터다. 은시 특산품인 삶은 옥수수를 사 먹으며 숨을 돌린 후 은시대협곡 기암괴석의 백미인 일주향(一柱香)으로 걸음을 옮긴다. 촛대를 닮은 일주향은 세로 150m 크기의 길쭉한 돌덩이로 금방이라도 부러져 쓰러질 듯 가냘프다. 수만 년의 풍상에도 고고히 서 있는 일주향의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신비롭다. 이곳에서 보는 일출도 절경이라 한다.

엄마와 아이가 입맞춤하는 형상의 모자상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시간여에 걸친 꿈길 산행을 빠져나온다.

◆100여 개의 폭포 '청강화랑'

이창으로 돌아오는 길은 장강의 지류인 청강(淸江)에서 페리를 탄다. 노래방과 식당을 갖춘 고급유람선이다. 청강은 은시에서 서쪽으로 70여㎞ 떨어진 리촨(利川)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총연장 420여㎞의 강으로 토가족은 '어머니의 강'이라 부른다.

보슬비 내리는 분수하 부두를 출발하자마자 폭포의 향연이 시작된다. 강 양쪽으로 펼쳐진 수상협곡에서 흘러내리는 폭포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설악산 화채능선을 쏙 빼닮은 산세와 100개가 넘는 수직폭포가 짙푸른 강물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한다. '청강화랑'(淸江畵廊)이란 이름 그대로 갤러리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하다.

청강화랑의 대미는 나비폭포가 장식한다. 날개를 활짝 편 거대한 나비 모양의 바위가 폭포수를 거침없이 뿜어낸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청강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피어오른 물안개는 나비의 날개를 휘감아 돈다. '평생 볼 폭포를 하루에 다 본' 청강화랑이다.

중국 후베이성 이창'은시에서 글'사진 박헌환기자 koyozom@msnet.co.kr

취재협조·고딱지 Goddag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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