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탄성 뛰어난 그라파이트는 '샤프트의 혁명'
15세기에 스코틀랜드에서 최초의 공식적인 기록으로 나타나는 골프는 그 발상지나 시작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는다. 로마 기원설, 네덜란드 기원설 등이 있으며 스코틀랜드 목동 기원설이 많이 알려져 있다. 발상이나 기원은 어떻든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골프클럽은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1800년대에는 골프클럽제작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초기의 골프클럽은 샤프트와 헤드 일체형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하며 가시나무 등의 뿌리 부분이 클럽의 헤드처럼 뭉툭하게 생긴 가지를 잘라 다듬어 사용했다. 이후에는 헤드와 샤프트를 각각 제작하여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샤프트의 재료와 특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샤프트의 재료로 가시나무, 녹나무, 개암나무, 물푸레나무 등을 사용하였는데 부드럽고 연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 맞게 스윙하는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초기 골프 클럽 샤프트의 획기적인 발전은 히코리나무 샤프트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히코리나무는 북미산 호두나무의 일종으로 조직이 치밀하여 단단하고 가벼웠으며 거기다가 적당한 탄성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습기에 강하여 이전의 나무 샤프트 재료처럼 쉽게 뒤틀리거나 변형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클럽제조업자들은 1850년대부터 북미와 러시아에서 히코리나무를 수입하여 이전보다 내구성과 탄성이 향상된 골프클럽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1926년 USGA에 의해 스틸 샤프트가 공인되기 전까지 한 세대를 풍미했다.
히코리 샤프트는 히코리나무를 완전히 건조시켜 1.5인치 두께의 각재로 만든 다음 골프클럽에 필요한 길이로 잘라 원형으로 가공, 마지막으로 타르 칠을 하여 완성했다. 샤프트의 굵기와 길이로 샤프트의 탄성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샤프트였다. 현재도 100여 년 전에 히코리 샤프트로 만들어진 골프클럽은 엔틱 골프로 수집가들에 의해 유통되고 있으며 요즘의 스틸 샤프트와 그라파이트 샤프트에 비교해서도 꽤 괜찮은 손맛과 성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히코리 샤프트는 뛰어난 샤프트로서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부러진다는 나무의 본질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1890년 최초의 스틸 샤프트가 개발되고 1894년 특허까지 얻게 되지만 속이 꽉 찬 쇠막대 형태의 초기 스틸 샤프트는 너무 무겁고 탄성이 적어서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1908년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직원에 의해 속이 비어 있는 튜브 형태의 스틸 샤프트가 개발되면서 샤프트의 혁명이 시작된다. 가볍고 단단하고 부러지지 않으며 적당한 탄성까지 가미한 튜브형 스틸 샤프트는 그 기능성과 생산성 때문에 이전의 히코리 샤프트를 짧은 기간에 교체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계속 발전을 거듭하며 생산되고 있다.
그라파이트 샤프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신소재 개발 사업에서 카본 섬유가 개발되면서부터 시작된다. 1969년 낚싯대 제조업체인 세익스피어사가 최초로 카본 섬유를 이용한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개발하였고, 이후 알딜라 샤프트사가 본격적으로 드라이버용 샤프트를 개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작업 생산과 비싼 가격 때문에 널리 상용화된 것은 1990년대부터라 할 수 있다. 가볍고 탄성이 뛰어나며 재료의 배합과 제조방법에 따라 다양한 강도와 무게의 샤프트를 생산할 수 있어 '샤프트의 혁명'이라 불리고 있다. 아주 빠르게 스틸 샤프트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이미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는 거의 모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라파이트 샤프트가 등장하면서 샤프트의 기능과 특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히코리 샤프트와 스틸 샤프트에서는 세분화할 수 없었던 샤프트의 무게, 플렉스, 토크, 킥포인트 등을 구체적으로 측정 표시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인 골퍼들도 샤프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 것이다.
차후 당분간은 스틸 샤프트와 그라파이트 샤프트와의 상호 공존기간이 지속될 거라 전망되며 가격경쟁력만 더 갖춘다면 서서히 그라파이트 샤프트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훈 huni7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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