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며 달려온 40년 세월…경북고 24명 동기생들 글 실려
57! 세상에 말을 걸다/ 경북고 57회 동기들 지음/ 한티재 펴냄
1957년에 태어나 올해로 쉰일곱의 나이가 된 대구경북 최고의 명문, 경북고등학교의 57회 동기들이 함께한 추억과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학창 시절 교우지를 만들던 마음으로 스물네 명의 동기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살아온 세월과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박하게 들려준다. 글의 주제나 형식에는 제약이 없다.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지금에 와서야 해보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경북고 57회가 인연의 끈을 맺은 것은 1973년 3월의 일이다. 꼭 4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대구시 중구 대봉동 청운맨션이 자리한 그곳이 경북고등학교 운동장이었다. 그 시절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었던 세 줄의 흰 선(백삼선, 白三線)을 두른 청색 모자를 쓴 고등학생으로 만났다.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도, 체력장 시험 등 변화무쌍한 교육제도를 처음 경험한 것도 그들이었다. 그때 그들은 치기 어린 자긍심이 가득한 존재였고, 집에서는 자랑거리 아들이었다. 활화산 같은 사춘기를 함께하였던 친구들은 학교를 졸업한 후 전국으로, 또 세계로 흩어졌고,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부지런한 삶을 살아왔다. 그들 중 다수는 소위 출세를 했다. 대한민국 발전의 최초 수혜자라는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
바쁘게 살며 달려온 40년. 문득 거울 앞에선 모습은 까까머리에서 귀밑머리에 하얀 서릿발이 듬성듬성 내려앉고 굵은 주름이 진 얼굴에 커다란 돋보기를 쓴 아저씨로 변했다. 세월의 힘을 이기는 장사가 없는 법이라 40년 세월 동안 열두 반을 꽉 채웠던 친구들 가운데 서른 명 이상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없다.
이 책에는 스물네 명의 글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등재 순서는 졸업 앨범에 담긴 순서, 고교 3학년 때 출석부 순이다. 글을 쓴 이들은 권오을(전 국회의원), 박현상(변호사), 백인영(콜마BNH 관리본부장), 윤정석(변호사), 이인구(변호사), 이재형(삼익HDS CEO), 이현욱(Good HR 컨설팅 대표), 이준호(일본 도카이대 교수), 박원효(KT협력업체), 배재철(변호사), 이규태(대구상원고 교감), 고 박원식(전 중학교 교사), 편우현(환경TV 대표이사), 배영곤(변호사), 최재철(OECD 대표부 차석대사), 백창수(변호사), 서영준(연세대 교수), 김화동(전 국가과학기술위 상임위원), 곽동협(곽병원 원장), 김정철(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장), 신영호(잉가솔랜드코리아 대표이사), 이재태(경북대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원태(전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교수), 서정화(주식회사 나무가 CEO), 서용휘(베트남 다낭 양복공장 경영) 등이다. 표지디자인은 이재익 서경대 교수가 맡았다.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다수는 다음에는 꼭 좀 넣어달라는 원성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글쓴이들의 졸업 앨범 사진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리고 하나 더. 에필로그를 대신해 동시대를 산 다른 학교 졸업생들의 부러움이 담긴 독후감도 싣고 있다. 경북고 57회와 동기생들인 경북여고 47회, 광주일고 51회, 경기고 72회, 효성여고 24회 졸업생들의 응원을 겸한 짧은 글이다.
한편, 이에 앞서 그들의 한 해 후배인 경북고 58회 졸업생들은 6년 전인 2007년 '경맥무술집'이라는 졸업 30주년 기념 문집을 발간한 적이 있다. 경맥은 경북고 동창회의 다른 이름이고, 무술은 이른바 '58년 개띠'들이 태어난 해의 60갑자다. 이 책에는 50명 가까운 동기들의 글이 실렸다. 그러나 세상에 내지는 않은 비매품이었다. 동기들끼리 자축하는 기념물이었다. 반면 한 해 선배들은 이를 세상 밖으로 내놓은 것이다. 368쪽, 1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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