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소통 비타민] 페이스북과 안티프래질

입력 2013-10-12 07:54:40

페이스북이 국가별 사용자 현황을 처음 공개했다. 페이스북이 밝힌 수치를 살펴보면, 2013년 6월 현재 한국에서 페이스북에 접속하며 글을 읽거나 올리는 월간활동사용자(Monthly Active Users, MAU)는 1100만 명이었다. 이 중 60%에 이르는 680만 명은 하루 최소 한 번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MAU의 90%인 990만 명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접속한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이용의 효과에 대한 학계의 입장은 나누어진다. 먼저 페이스북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페이스북이 오프라인에서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면서 맺은 '연결망'과 상호 간 '신뢰'와 공동체 '규범'이다. 호주의 그리브(R. Grieve)와 동료들이 지난 5월에 'Computers in Human Behavior'에 게재한 연구를 보자. 페이스북이 사회적 연결 감을 강화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 이 연구에서, 페이스북 친구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 이용자는 우울감과 불안감이 낮으며 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과 별개로, 페이스북 친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정서적 안정감 및 사회적 연결 감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PLoS ONE'에 게재된 미국의 크로스(E. Kross) 연구팀의 결과는 이와 상반된다. 크로스 팀은 하루 5회씩 2주간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문자를 보내어 질문 순간의 정서적 상태와 생활 만족감을 조사했다. 흥미롭게도 참여자의 성별과 정서적 상태, 페이스북의 친구 수에 상관없이 페이스북 이용 시간은 정서적 안정도와 인생의 만족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독일의 크라스노바(H.Krasnova) 팀이 발표한 "페이스북 속의 부러움과 질투: 이용자의 생활 만족감에 숨겨진 위협"의 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페이스북 이용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참여자들은 페이스북 친구가 게시한 여행, 레저 생활 등을 담은 사진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불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한국의 페이스북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용자들은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친밀감을 얻기도 하지만 연결망으로부터 파생된 여러 압력으로 인해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반된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블랙스완'의 저자 탈레브(N.N. Taleb)가 펴낸 '안티프래질'(AntiFragile)의 개념은 페이스북 이용에 대한 서로 다른 연구결과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준다. '프래질'이란 유리컵이나 도자기와 같이 작은 자극이나 충격에도 쉽게 깨지는 속성을 말한다. 이런 점에 착안한 탈레브는 안티프래질 개념에서 외부의 위기나 내부의 실패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속성이 불확실성 시대의 생존법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성공은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항상 견고한 존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로부터 스스로 학습하는 유기체에게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블랙스완'이라고도 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온다 하더라도 안티프래질 전략으로 대응하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페이스북을 할 때 사회적 연결 감이 느껴지고 정서적 안정과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페이스북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다. 그렇다고 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린 행복한 이야기와 사진을 보고서 고독과 우울증이 생긴다고 당장 중단할 필요도 없다. 안티프래질 이론을 적용하면, 자신의 사회적 연결망을 마치 분산투자를 하듯이 작게 쪼개어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오프라인과 비슷하게 인터넷에서도 사회적 교류과정에 위기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를 혐오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위험요인(프래질)을 인식하고 제거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낫다.

SNS 집착에 따른 부작용과 네트워킹 피로감으로 페이스북을 떠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 이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질투심이나 사회적 긴장감을 피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부작용을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SNS에 더 강해질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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