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다 주고 구입하면 바보? 1년 내내 세일 가격 불신 불허
11일 저녁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앞. 곳곳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한산했다.
세일문구로 가게 벽면을 도배해 둔 가게 일부만 손님들이 들락거렸다.
한 로드숍 매장에 들른 대학생 서유림(22'여) 씨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돌아가면서 세일을 해 세일 브랜드 위주로 화장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2010년과 2011년 정점을 찍었던 로드숍 화장품의 인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일명 '저렴이'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켰던 화장품 로드숍의 저가화장품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브랜드와 난무하는 세일 마케팅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전국엔 4천500여 개 화장품 로드숍
화장품 로드숍 시장의 투톱은 미샤와 더페이스샵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3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뒤를 이어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이 1천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 동성로 중심상가엔 아리따움, 보떼, 뷰티크레딕,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더샘, 홀리카홀리카, 바닐라코 등 20여 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화장품 로드숍에 대한 핑크빛 전망은 지난 10여 년간은 통했다. 지난 2011년엔 블로그와 케이블 TV를 중심으로 가격대비 품질의 우수성이 앞다퉈 소개되면서 화장품 로드숍은 2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또 화장품 로드숍 브랜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에다 효소, 화산송이 등 여성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해주는 신제품들을 쏟아냈다. 지난 5년여 간 화장품 로드숍 붐은 식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2009년 2천여 개였던 화장품 로드숍은 지난해 4천5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늘어났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1년 365일 세일에 가격불신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의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난무하는 '세일'은 업계 스스로 무덤을 파는 형국이다. 이들 브랜드는 365일 세일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에뛰드, 네이처리퍼블 등 대표 브랜드 5곳의 연간 할인 일수는 2010년 54일에서 2011년 107일, 지난해 240일로 급증했고 올해는 9월까지 252일에 달했다. 할인 폭도 10~20% 수준에서 최근에는 40~50%까지 대폭 상승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5년 이후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해 왔지만 지난해 미샤가 백화점 수입화장품 브랜드들과 당당히 겨룬다는 노이즈마케팅을 하면서 선두를 뺏겼다. 이후 노세일을 지향하던 더페이스샵은 10년 만에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해 다시 선두를 탈환하는 등 마케팅이 갈수록 과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과도한 세일, 소비자불신 자초
1년 내내 이어지는 세일로 할인혜택은 늘어나면서 이를 반기는 소비자들도 많다. 미리 필요한 제품의 리스트를 작성해뒀다가 해당 브랜드 세일기간에 쇼핑을 하게 되면 돈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손경민(28'여) 씨는 온라인 블로그를 통해 로드숍 브랜드별로 세일기간을 확인한 뒤 반드시 세일을 하는 제품만 구매한다. 손 씨는 "인터넷에는 세일기간이 잘 정리된 정보들이 많아 쉽게 세일기간을 비교할 수 있다"며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이상 화장품 부담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화장품 쇼핑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세일행사에 반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도 많다. 소비자들은 세일 기간이 아닐 때 정가로 제품을 구입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과 함께 50%의 큰 할인폭을 제공하고도 이익이 남는다면 애초 가격을 책정할 때 거품이 들어갔다는 것.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가 반영돼 세일경쟁은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샤의 운영업체 에이블씨엔씨는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늘었지만 5년 반 만에 적자를 냈고, 주가는 작년 9월 9만8천원에서 최근 3만6천원대로 폭락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더샘도 지난해 각각 44억원, 9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저가 화장품에 대한 가격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이 생명인 저가화장품 업계가 가격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없다면 소비자들의 마음은 떠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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