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창조가 미래창조다] <13>대학의 위기와 극복 해외사례

입력 2013-10-11 07:21:23

日 단기대학, 백화점식 학과 뼈 깎는 구조조정

일본의 전문대학들은 학생들의
일본의 전문대학들은 학생들의 '취업 성공'을 제1목표로 총력 서비스하고 있다. 업체들의 구인(求人)표를 정리한 아소뷰티칼리지 취업정보 사무실.
일본 전문대학들은 학생들의 실무능력 강화만이 대학 위기의 돌파구라고 한다. 도쿄 야마노미용대학 학생들의 실습 모습.
일본 전문대학들은 학생들의 실무능력 강화만이 대학 위기의 돌파구라고 한다. 도쿄 야마노미용대학 학생들의 실습 모습.

일본 도쿄 전철 내에는 대학 광고가 유난히 많다. 승객들의 눈길이 갈 만한 곳이면 학생 모집 광고가 여지없이 붙어 있다. 저출산 여파로 대입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내 340여 개에 이르는 4년제'전문대학들도 비슷한 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이 블랙홀처럼 학생들을 끌어가는 가운데 지방대학들의 위기감은 특히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단기(短期)대학 사례와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를 통해 대학의 위기 원인과 활로를 모색해본다.

◆일본 전문대학, '변신 또 변신'

지난 7월 10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야마노미용예술단기대학'을 방문했다. 22년 전 개교한 이 대학은 헤어, 에스테틱, 메이크업, 네일, 외국어, 국제커뮤니케이션 전공 등을 갖추고 50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특히 미용'뷰티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다녀간 외국인 유학생 370여 명 중 250여 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대학들에 닥친 위기에서 이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야마노미용예술단기대학의 기무라 부학장은 "우리 대학 경우 학생 지원 경쟁률이 5년 전에 비해 60% 수준, 개교 때인 22년 전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라며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비가 싸고, 취업에 도움이 전문학교로 몰리고 있어 국가에서도 '직업교육은 전문학교에서'를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일본의 단기대 수는 1995년 596개로 정점을 찍었다가 2009년 406개로 급감, 현재도 대학이 구조조정되고 있다. 일본의 단기대학들은 인문'교양 위주의 백화점식 학과 편성으로 기존 4년제 대학과 차별화에 실패했고, 취업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쇠락을 자초했다.

도쿄 시내에 위치한 '메지로 대학'은 단기대학 위기를 '4년제 전환'이라는 전략으로 이겨내고 있다. 단기대학으로서 50년 역사를 지닌 메지로 대학은 한때 '일본 전국 톱 5' 안에 꼽히는 인기 대학이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단기대학 전반의 위기가 찾아오면서 10개 학부, 13개 학과 중 3개만 단기로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4년제로 전환했다. 이곳은 특히 도쿄 유일의 한국어학과를 운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대학 관계자는 "기존 단기대학의 4분의 1은 4년제로, 일부는 전문계로 변신했다. 메지로 대학 경우 인문대학을 없애는 등 과감하게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수요가 있는 분야는 학과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후쿠오카의 '아소전문학교그룹'은 산하에 12개 전문학교(대학)을 거느리고 있다. 간호, 뷰티, 의료복지, 디자인과 등을 갖춘 이곳은 특히 미용'뷰티 분야를 담당하는 '아소뷰티칼리지'가 유명하다. 업체들의 구인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일자리를 구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일본에선 '학생들이 필기를 많이 하는 학과일수록 등록금이 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학생들이 취업하는 데 필요한 실무능력을 기르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직업교육은 그 지역에서'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는 한국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미국 내 직업교육의 중추를 맡고 있다. 미국은 각 주 정부가 교육의 재정과 정책을 관장하고 있어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의 요구에 의한 직업교육정책의 입안과 실행이 가능하다.

미국은 각 주마다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4년제 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해 중등과정 후 고등직업교육의 학사학위 과정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2009년 현재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에는 총 1천100만여 명이 등록'수강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29세로, 지역사회의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공업대 김국태 교수는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업교육 정책이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 정부의 재량하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4년제 대학과의 뚜렷한 차별성 및 교육과정 연계는 한국 대학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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